과외공부를 없앨수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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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면 교육문제가운데 가장 뿌리깊고 꾸준한 논란의 대상이 다름아닌 과외공부문제라는 것은 아마 아무도 부인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과외공부는 가뜩이나 무거운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킬뿐 아니라, 한참 자라나는 연령의 학생들에게 심신양면에 걸쳐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는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그것 없이는 학력증진이 이루어질 수 없고, 상급학교진학도 가망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필요악으로 인정하는 긍정적 측면 또한 없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 우리나라에서의 과외공부는 정부의 명령하나로 없어진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뿌리깊은 사회적 관행이 되고 있음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런데 근자에는 또 공화당이 최근의 소비절약운동과 관련시켜 「과외수업안하기 운동」을 펴기로 했다는 보도는 더욱 분분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
공화당이 검토하고 있는것은 공직자를 포함한 지도층인사의 자녀부터 과외수업을 못하게 한다는 줄기리외에도, 과외교사의 처별 빛 이들의 수입에 대한 세금중과, 그러고 학원등의 우수교사를 TV강의에 등장시킨다는 것등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이같은 생각은 우선 과외공부라는 사회현장의 드러난 외형적 측면만을 보고 그 배후를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즉흥적인 정책구상이라는 평을 면치 못할 듯하다.
연간 5천억원(학생1인당 평균5만원)이라는 과외수업비가 비록 엄청난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하더라도 이를 소비억제라는 차원에서 다루려는 발상 자체도 문제려니와 학부모나 학생들이 과외를 안하고도 안심할 수있는 교육제도나 사회풍토의 개선을 제쳐놓고 우선 물리적 해결부터 서두른다고해서 될일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의 교육풍토를 『이상할 정도로높은 교육열』이라고 평한 외국인이있다고 하지만, 교육에 관한한 한국인에게는 이같은 교육열이 있었기때문에 6·25와 같은 참화를 겪으면서도 평균이상의 학력을 갖춰 오늘과 같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겠는가.
더우기 기를 쓰고 공부를 하겠다는 국민들에게 무슨 명분으로든지 그 물리적 금지를 즉흥적으로 운운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물론 요즘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주로 예능계의 기백만원 단위 교수 「레슨」이나 과목당 수십만원씩 드는 호화판 「초빙과외」등에 대해서는 시급히 그 발본새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으며 지도층인사가 이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특수과외는 일부에 국한된 것이어서 이를 일반적인 과외와 혼동하여 일률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학력수준의 전반적인 하향을 초래케 한다면 그 결과는 장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적절한 보완조치없이 강행된 이른바 중·고교평준화조치와 이에 따른 전반적인 학력의 하향평준화, 그리고 학교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의 산물이외의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당국은 현재 중·고교에서 부분적으로 실시중에 있는 몇시간씩의 보충수업을 보다 충실히 하면서 모든 학교의 질적 평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국민앞에 먼저 제시할 의무가 있다.
하물며 유명학관의 강사들을 TV에 출강케 함으로써 과열과외공부를 없애겠다는 것을 대안으로 거론하는 따위는 교육방송의 특성조차 알지못하고서 하는 즉흥적 잠꼬대에 불과할 것이다.
여하튼 근본적인 여건조성없는 과외수업의 철폐론은 그 실효를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존속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될것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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