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미와 일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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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맛과 영양가에 있어 대동소이한 쌀이「정부미」, 또는 「일반미」라는 이름아래 값의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논리론적으로 좀처럼 설명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이같은 불합리한 가격체계가 공공연히 형성되고, 또 그것이 장기간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근래 시중에서는 정부미가 가마당2만8천5백원에 판매되는데 비해 일반미는 2배에 가까운 4만8천원에 거래되고 있고, 그나마 품귀상태라 한다.
물론 이같은 기현상은 주식비가 가계비의 큰 비중을 차지, 정부미나마 풍족하기만을 바라는 대다수 서민에게는 아랑곳 할것없는 일이지만, 전체 사회현상을 고려할때 소비역제 측면에서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녔다 하겠다.
우선 미질면에서 살펴보면 이른바 일반미라 불리는 재래종쌀과 정부미 사이에는 그토록 큰 차이를 인정할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과거 식량자급이전, 통일벼로 대표되던 정부미의 일반적 결함이라고지적됐던 찰기와 윤기의 부족과 이로인한 국민의 기호와의 괴리현상같은것도 요즘의 정부미의 품종인 밀양·유신·수원등에 있어서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부인회가 작년12월 일반미와 신품종 정부미의 맛과 영양가를 비교·분석키 위해 개최한 시식회에 따르면, 신품종인 수원264호의 경우, 빛깔과 입안의 감촉은 약간 뒤지나 찰기와 윤기는 오히려 일반미보다 나았으며, 밀양 23호는 빛깔과 윤기는 뒤졌으나 입안의 감촉과 찰기는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가는 「비타민」「칼슘] 은 뒤지나 단백질과 지방질은 높았다.
이같은 결과 하나만으로 세칭 정부미대일반미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과거의 통일벼로 인한 나쁜 「이미지」는 불식할때가 온것만은 분명하다.
다음으로 유통과정의 허점이 없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수매에 의해 계통출하되는 정부미와는 달리 일반미는 농민→도매상→도매시장→소매상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고, 값은 최고가격제에 묶여 가마당 3만5천원까지만 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일반의 기호에 따른 수요증가에 공급이 못 따름으로써 유통질서가 무너져 시장거래는 자취를 감추고 암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몰지각한 일부 상인들이 일반미에 정부미를 섞어팔거나 질좋은 정부미를 일반미라고 속여 포리를 취함으로써 상도의마저 문란케 하고 있다.
「아끼바리」로 대표되는 진짜 일반미는 생산량이 전체 미곡생산량의 21.8%에 지나지않고, 그나마 농가의 자체소비·일부특수층의 계약재배에 의한 자가소비분등을 빼면 시중에 출하되는 일반미는 전체의 6∼10%밖에 안된다는 것을 소비자는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양곡유통과정의 정상화로 가격포등과 상인들의 농간을 제거하여 선량한 소비자를 보호하든지 그렇지 못할바에는 아예 최고가격제를 철폐, 거래가격 형성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켜지지 않는 최고가격제라면 오히려 소비풍조를 유발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아울러 식량정책도 재고의 단계에 온 것같다.
자급이 최우선과제였던 77년까지는 증산이라는 대전제 때문에 미질문제는 고려밖이었다고 할수 있었으나, 이제는 증산과 미질보호라는 두가지 측면을 함께 조화시킬 수 있는 고려가 베풀어져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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