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대사증후군 환자, 북극곰이 아니라면 세심한 지질 관리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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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종영 교수

누구나 음식을 먹을 때 건강 걱정 없이 마음껏 기름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복부비만 해소를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이 필수인 대사증후군 환자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체중이 늘어날수록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올라간다. 대사증후군이란, 복부 비만 (허리 둘레 남자 102 cm, 여자 88 cm 이상), 고중성지방혈증 (150 mg/dL이상), 내당능 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중 세 가지 이상이면 진단가능하며, 근본적으로 만성적인 대사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데, 여러 조사에서 허리둘레가 굵어질수록 심혈관계 사망률과 심근경색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는 환자들에게 최우선 과제로 두꺼운 뱃살을 해소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북극곰은 비만이어도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질 필요가 없다. 체중의 절반이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즐겨먹는 먹이도 지방 함량이 높은 바다표범인데, 심혈관계 질환에는 잘 걸리지 않는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진 북극곰의 비밀은 사람의 몸에 있는 것과는 다른 돌연변이를 일으킨 아포비(ApoB)라는 단백질에 있다. 북극곰의 먼 조상은 불곰인데, 불곰이 간빙기에 북극곰으로 진화하면서 지방을 간 및 조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아포비(ApoB) 단백질에 특이한 변화가 왔고, 지방을 많이 섭취해도 지방이 피부 아래에 쌓일 뿐 혈관을 막지 않게 된 것이다.

북극곰과는 다르지만 아포비(ApoB) 단백질은 사람에게도 있다. 아포비(ApoB) 단백질은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의 각 입자마다 마치 이름표처럼 하나씩 붙어 있기 때문에, 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에게는 심혈관계 위험도를 예측하는 또 다른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사람에서 아포비(ApoB) 단백질이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아포비(ApoB) 단백질이 LDL 콜레스테롤의 입자 수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나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어느 정도까지 상승하다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지지 않지만 LDL 콜레스테롤의 입자가 작아지고 그 수는 더 많아지면서 성질이 단단해져 세포 조직으로 더 잘 침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아진다. 이런 경우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더불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LDL 콜레스테롤의 입자 수를 말해 주는 아포비 단백질 수치이다. 최근 개정된 권고안을 보더라도, LDL 콜레스테롤 뿐 아니라, 비HDL 콜레스테롤, 아포비 (ApoB)에 대한 관리도 제시하고 있다.

대사증후군 환자는 복부 비만, 중성지방 상승, HDL 콜레스테롤 저하 등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다. 그래서 더욱 혈중 지질을 효과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약제 사용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춰주기 때문에 고지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제이다.

다만,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스타틴이 당뇨병을 새로이 발생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이런 환자의 경우는 지질 치료에 많이 처방되는 스타틴의 용량은 줄이고 다른 약제를 병용하여 콜레스테롤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도 추가적인 위험은 줄여보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사증후군 환자는 일반적인 고지혈증 환자와는 조금 다른 고지혈증 특성을 갖고 있으니, 의사와 잘 상담하여 몸 상태에 적합한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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