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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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얼마 전까지만해도 소위순수시와 참여시의 논란이 활발했었다. 그 결론이란 것이 결국 이 두가지가 서로 보완적인 구실을 해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로 돌아온듯 한데 어쨌든 이 논란의 덕택으로 우리는 다시 한번 시의 본질에 대한 관찰을 가진셈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순수시는 이제 시사적으로 봐서 이제는 그 의의가 희박해진 과거의 것으로 여겨질는지 모르겠으나, 기실 순수시의 의의가 시간적인 좌표에서 그렇게 좁은<터>에 한정될 일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순수시는 초시간적인 생명을 지닌다. 잠된 시,아름다운 시,감동을 주는 시는 그 자체 순수시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당선작으로 뽑힌 손종호씨의『안개』는 그런 의미에서 순수시라 할만한 것이다. 사물의 존재를 뿌옇게 가림으로써 오히려 사물의 본질을 그 본질로서 있게끔하는『안개』는 사물의 존재의 매개요 원리요 섭리의 상징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 안개는 뭇 사물을 가림으로써「잔혹」하고 또 그럼으로써「아름답다」 .
그 깊이를 다 헤아리기 어려운 뿌연 안개가 그렇게 드러날 때, 그것이 바로 안개에 대한 명확한 윤곽이 되는 것이다.
손씨의 시어에는 신인다운 신선함이 반짝이고 있으며, 더러 허하고 여린 군데도 눈에 띄나, 이것 역시 신인의 특성으로서 좋게 풀이하고 싶다. 또 孫씨에 대한 이긍적적인 평가가 곧 그에 대한 충고도 겸하고 있다는 점도 밝혀두고싶다.
손종호씨는 여러해동안 번번히 최종심사에까지 올랐으나 아깝게도 고배를 마셔온 이름으로 기억된다.
이번의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정진을 바란다.
참고로 이번에 최종심사에까지 오른 분들을 밝히자면 이경희·전원범·김경호 제씨다. 이분들도 계속 정진해줄 것을 바라고싶다.
성찬경·김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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