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로 끝 … 카멜레온 류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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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7일(한국시간) 류현진(27·LA 다저스)은 평소와 달랐다. 빠른 공을 믿고 정면 승부를 하는 정통파 투수. 미국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콜로라도를 사냥한 류현진이 그랬다.

 류현진은 이날 선발 6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6탈삼진 호투로 6-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8승(3패) 고지에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3.33에서 3.18로 낮췄다. 1회 초 선두타자 찰리 블랙몬을 1루수 땅볼로 잡고 2번 브랜든 반스에게 볼넷을 내주는 동안 류현진은 공 8개를 모두 직구로 던졌다. 3번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커브로 잡아낸 뒤 다시 직구 위주의 피칭. 저스틴 모노에게 인정 2루타를 맞아 2사 2·3루에 몰렸지만 드루 스텁스에게 직구만 5개 던져 스탠딩 삼진을 이끌어냈다.

 류현진이 1회 던진 공 24개 중 20개가 직구였다. 최고 시속 151㎞의 스피드가 류현진 특유의 제구·배짱과 결합하면서 위력을 발휘했다. 상대 타순이 한 바퀴 돈 4회 이후엔 류현진은 변화구 비율을 높였다. 콜로라도 타자들은 또 한번 혼란에 빠졌다. 4회 2사에서 로사리오에게 직구를 던지다 솔로홈런을 맞은 걸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막았다. 류현진은 이날 투구 수 105개 중 직구를 68개(64.76%)나 기록할 만큼 이전과 다른 피칭 패턴을 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류현진의 직구 비율은 53.66%였다.

류현진은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하며 자가진단을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피드가 좋은 날엔 과감하게 직구를 앞세우고,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변화구 비율을 조절한다. 경기마다 다른 패턴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데는 영리한 머리와 뛰어난 제구가 필요하다. 류현진이기 때문에 가능한 피칭이다. 류현진은 지난 7일 콜로라도전에서 6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 낮게 잘 제구된 직구, 그리고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섞었다. 공기저항이 적은 곳이어서 커브와 슬라이더 등 브레이킹볼 비중을 줄이며 신중한 투구를 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애드리언 곤잘레스가 멕시코 국기를 라커룸에 걸어놨는데) 나도 빨간색 응원 티셔츠를 준비했다. 내일 클럽하우스에서 러시아전을 시청할 것”이라며 웃었다.

봉화식 LA중앙일보 기자, 김식 기자 bo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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