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의 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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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물은 수소원자 2, 산소원자 1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이 지구 위에 있는 물의 98%는 해수. 인류는 겨우 그 나머지 2%의 물을 가지고 생존하고 있다.
인류를 포함한 이 지구 위의 모든 동식물은 주요 성분이 물로 되어 있다. 인체는 70%·식물은 50 내지 75%·어류는 80%. 물은 곧 생명 현상인 것이다.
기원전 7세기의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물귀신」을 믿는 미신을 갖고 있다. 물의 중요성은 종교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대기 가운데에도 물이 있다. 수증기의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물은 육수량의 1백분의 3정도. 그러나 이 수증기가 비를 뿌리기도 하고 때로는 퍼붓기도 한다. 아니 가뭄을 몰고 와 인류의 원망을 사기도 한다.
지구에는 연평균 1천84조t의 비가 내린다. 한 사람의 평균 몫이 7백30㎜정도.
우리 나라의 연평균 강우량은 l천1백60㎜정도, 수량으로 치면 1천1백40억t이다. 이중에서 44·7%의 물은 공중으로 증발하거나 땅속으로 스며든다.
나머지 55·3%의 물이 강이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 지표수 가운데 실제의 이용 율은 15·9%에 지나지 않는다. 그 나머지 물은 결국 쓸모 없이 바다로 흘러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 강수량의 10%쯤을 쓰고 있는 셈이다. 비가 열 방울 내리면 겨우 한 방울이 우리의 몫이다. 그 나머지 아홉 방울의 물은 전부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때에 적절히 쓸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 수자원의 대부분은 4대강이 독점하고 있다. 62%가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강은 총 이용량의 47%를 공급해 준다.
따라서 이들 강과 연결된 지역에 가뭄이 들면 전 국토가 목이 타게 마련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면 금방 홍수가 일어난다.
가뭄과 홍수가 이처럼 손을 맞잡고 있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각이 약하기 때문이다. 수목이 우거지고 저수 능력이 든든하면 그렇게 발작적일 수는 없다. 물의 증발도 억제할 수 있어서 지하수도 한결 풍부할 것이다.
이즈음 한가지 궁금한 것은 북한의 물 사정이다. 한수이북의 가뭄은 그 지역의 가뭄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아무튼 천혜의 강우 지역에 사는 우리가 90%의 물을 내버리다시피 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앞으론 「댐」공사 「붐」에 기대해 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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