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발로 뛰는데 … 손학규 "광주시장 누가 돼도 우리 식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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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 ‘안방’ 광주를 내주게 될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연합의 윤장현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강운태 후보에게 줄곧 밀려왔다. 하지만 한때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두 후보의 격차는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당 조직력을 업은 윤 후보가 가파르게 추격하는 형국이었다. MBC·SBS가 26~28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차이는 5.1%포인트 차(윤장현 31.4%, 강운태 36.5%)로 좁혀졌고, 한겨레신문이 27~28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34.4%로 강 후보(33.3%)에게 역전하기도 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선거를 사흘 앞둔 1일 유세 지원 일정 전체를 광주에만 쏟아부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안 대표는 이날 충장로 거리 유세를 비롯해 경로당 방문, 청춘스토리 강연, 지역 원로 만찬 등 다양한 방식을 총동원해 윤 후보를 지원했다.

 정동영 선대위원장도 이날 공동선거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광주 민심이 뒤집어지고 있다. (광주시민들이) 전략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발언해 윤 후보를 응원했다.

 그러나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미묘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공동선거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시장, 호남 선거는 새누리당과 싸우는 데가 아니다”며 “누가 돼도 우리 식구”라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광주 지원유세에 대해서도 “갈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전략공천에 불복하고 탈당한 무소속 강운태 후보의 손을 들어 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광주 공천 문제가 지도부 간의 은근한 내전(內戰)으로 옮겨붙은 양상이다. 손 위원장은 안 대표가 윤 후보를 전략공천한 직후부터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비판해 왔다.

 새정치연합의 거당적인 지원에 위협을 느끼던 강 후보 측은 반색했다. 강 후보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목마른 대지에 단비와 같고 깜깜한 밤하늘에 별빛을 보는 것과 같다”며 “말없는 다수 당원의 표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철수·김한길 대표가 밀실야합 공천으로 광주시민에게 지은 죄를 경감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강운태·윤장현 중 누가 당선돼도 한 식구라는 손학규 전 대표의 견해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았다.

 당내에선 손 위원장 발언이 광주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광주지역의 한 의원은 “인지도나 지지율이 밀리는 윤 후보가 쥔 무기는 당의 유일한 ‘공식’ 후보라는 간판인데 손 위원장이 이를 떼어 버린 셈”이라며 “광주를 무소속에 내주는 악몽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 측은 “1980년 5·18 당시 윤 후보는 시민들을 치료하며 함께했지만 강 후보의 행적은 명확하지 않다”며 “시민들은 누가 진짜 광주정신을 이어받았는지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에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선거에 끼칠 부정적 영향은 이미 반영된 상태”라며 “광주시민이 야당의 전체 성적표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손 위원장의 발언이 광주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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