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화에서 바둑은 하나의 새로운 충격이더군요. 바둑 때문에 연휴는 철저하게 가족과 즐긴다는 미국인의 생활방식에 조그만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혼사태를 예견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40여 일 동안 김수영 5단과 함께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하와이 등을 순회, 지도기를 통해 한국 바둑을 소개한 조남철 8단이 5일 귀국했다.
중앙일보·동양방송과 충암 학원이 마련한 한-미 바둑교류행사에 참가한 조8단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일본기원이 미국에 그들의 바둑을 심어 아예 미국인들은 바둑을 「고」(기)라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우리의 교포들은 모두가 바둑을 잘 두고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한국문화 소개에 가장 편리한 무기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읍니다』라고 전한다. 조8단은 가는 곳마다 바둑잡지 구독 요청을 받았고 한국기원 지부 설치를 부탁하더라고 한다.
한·중·일인을 빼고 미국 바둑협회에 정식 가입된 회원만 1만5천여 명. 최고수준이 한국기원 「아마」3∼4단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동양에서는 못 본 이론바둑을 두더라고 「두려울 정도로 진지했던 미국의 기풍」을 조8단은 소개한다.
『우리처럼 기분이나 감각이 통하지 않아요. 수의 고하를 막론하고 한 수마다 이유와 이론을 따지며 기보를 적어 가더군요. 5년쯤 지나면 「미국바둑」이 정립될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바둑두는 사람들이 대부분 대학원학생이나 대학교수들이라는 점에서 발전가능성은 더 크다는 것이다.
워싱턴에서는 해마다 대사배 쟁탈 바둑대회가 열려 왔고, 이번 행사를 계기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중앙일보지사가 미주「왕위전」을 열어 미국에 서서히 한국바둑「붐」을 조성해가고 있더라 면서 조8단은 정부의 바둑외교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