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수배자 가족만남 행사… 경찰, 체포 않고 방관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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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배를 받아 도피 중인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공개적으로 가족들과 만나는 행사가 열렸지만 경찰이 이를 알고도 수배자들을 체포하지 않았다.

민주화가족 운동협의회 등 5개 재야단체는 4일 오후 2시30분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새봄, 첫 만남'이란 이름의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한총련 수배자 50여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가족들과 만났다.

경찰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지 않아 사실상 이 행사를 묵인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총련대책위 강위원(33) 집행국장은 "1주일 전 경찰.검찰에 행사에 관한 협조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한 수배자의 가족은 "처음엔 아들이 행사장에 나타나다 경찰에 붙잡히지 않을까 걱정해 참석을 망설였는데 주최측에서 '경찰이 체포를 안 하니 안심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보안국 관계자는 "행사가 학교시설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았다"면서 "학내에서 체포영장 집행은 관례상 자제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한총련을 이적단체에서 제외하고 수배를 해제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경찰이 한총련 수배자를 검거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9일에는 한총련 소속 수배자 50여명이 한국외대 대강당에서 공개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경찰은 주변에 1백여명의 경비 병력을 배치했을 뿐 수배자들의 교내 진입을 막거나 연행하지 않았었다.

이철재.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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