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사 이직이 늘었다-춘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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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이·칼라」 기능사로 대우를 받던 이발사들이 손님 감소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요금 등에 묶여 막노동자들 보다 수입이 줄어들자 전직 사태를 빚고 있다.
청소년층에서 유행하는 장발이 성인층까지 파고들어 이발소를 찾는 손님이 성황기 보다 3분의 1로 줄어 춘천 지방에서만 지난 한햇 동안 1백12개소의 이발관 가운데 15개소가 문을 닫았고 자격증을 가진 이발사 4백12명이 전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70년대 초만 해도 한달에 3∼4번씩 이발소를 찾던 「신사」들이 많아 중류 정도의 생활이 가능했으나 머리를 짧게 다듬던 이발사의 황금 시절이 지나가고 73∼74년쯤부터는 장발의 세계적 유행이 한국에도 상륙, 2∼3개월에 한번쯤 이발소를 찾게 되자 이발사들의 수입도 격감, 노동자들의 품삯인 하루 2천원 벌이도 힘들어진데서 빚어 진 것.
시내 교동 G이용소 주인 정철규씨 (42)는 『경기가 좋았을 때는 한달에 쌀 5가마 값을 벌었으나 최근 몇년 동안은 2가마도 힘든 실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춘천시 이용사 협회장 박윤팔씨 (44)가 경영하는 K이용소는 하루 평균 수입이 4천8백원, 소모품 값 2백원, 보조원과 여자 면도사 일당 1천5백원을 빼면 이발사 한사람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천원을 넘지 못한다고.
박씨는 『보조원 생활 5년 만인 65년 이발사 자격증을 얻어 이발관을 열었으나 지금은 이발 기술을 배운 것이 후회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이모씨 (27)는 68년4월 이발사 자격을 땄으나 최근 적자 생활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5월 10년간의 이발사직을 청산, 운전을 배워 가전제품 대리점의 「타이탄·트럭」 운전기사로 취직했다.
시내 이용소의 재료를 공급하는 강동연씨 (30)도 『70년대 초반에는 하루 매상이 1만5천원쯤 되었으나 재료값이 2, 3배씩 오른 요즘에는 오히려 1만원도 안된다』고 말해 이용소의 불황을 암시했다.
이용사 자격 검정 시험 응시자도 해마다 줄어 62년에 강원도내에서 7백37명이 자격을 받았으나 67년에는 2백93명, 지난해에는 77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용사 협회장 박씨는 『장발 유행 외에도 전기 면도기·「헤어·커터」 등이 널리 보급되고 있어 경기가 회복될 가망은 거의 없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춘천=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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