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전각가 정기호씨 작품전 11∼17일 신세계 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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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산에 사는 전각계의 원로 석불 정기호씨가 근작의 인영 2백점을 비롯하여 판각 50점, 서예 20점을 가지고 11∼17일 신세계 미술관에서 작품전을 연다.
금년 79세의 정옹은 전각 중에서도 동장 즉 쇠붙이에다 인각하는 데 독보적 존재. 20세 전후해 만주 봉천에서 이 기예를 배운 뒤 한동안 일본에서 활동했다. 한국에서의 그의 활동은 해방 후이며 55년이래 서울과 부산에서 여러 차례 작품전을 가져왔다.
정옹은 작품 제작의 중요 시기를 해외에서 보냈고 또 그의 뜻이 방고(옛것을 모방함)에 치중돼 있어서 한국적인 독창성을 가다듬어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외곬으로의 집념은 근년 우리나라 화단에 판각의 새 기풍을 다시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는 이번 불경을 작품화하여 노경의 심취를 엿보인다. 「반야심경」의 서예 병풍은 물론 반년에 걸쳐 완성한 판각 및 66개의 도장으로 그 전문을 엮은 인영 등이 주목된다.
또 그는 옛 박달나무 홍두깨를 이용하거나 필가에 도각함으로써 전각의 아취가 보다 친근한 생활 감정 속에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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