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대책, 서민경제 회복 마중물 기대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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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소비에 남긴 상처가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행사·숙박업체·식당 등 서민경제와 직결된 업종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각종 축제·행사가 무더기로 취소되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경제는 빈사 상태에 빠졌다. 위축된 분위기는 장기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여전히 많은 학생이 실종 상태인 데다 배가 무거워 인양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과거 참사 땐 소비위축 영향이 한두 달 안에 그쳤지만 이번엔 2분기 내내 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런 의미에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민생대책회의를 열어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진도·안산의 사업자엔 세금 납부를 미뤄줬고, 여행·숙박업 등 피해업종엔 연 2% 저리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2분기에만 7조8000억원의 재정을 집중적으로 풀기로 한 것도 얼어붙은 내수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런 조치는 그야말로 응급조치인 만큼 효과는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분기에 정부가 재정을 많이 풀면 하반기 쓸 돈이 줄어든다. 여행·숙박업종에 대출을 내줘도 여행 수요 자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빚만 늘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정부도 다음 달까지 소비 추이를 지켜본 뒤 침체가 더 깊어지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기 판단을 위해 전체 소비증가율 같은 거시지표만 봐선 곤란하다. 자칫 서민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와 천정부지의 전세금,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청년실업 여파로 서민경제엔 세월호 참사 이전부터 찬바람이 불었다. 여기에 세월호 충격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민생대책이 응급처치를 넘어 근본적인 서민경제 회복대책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도 규제 혁파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시급하다. 일자리만큼 확실한 서민경제 부양책은 없다.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도 십시일반 도움이 절실하다. 요란한 향락성 행사는 지양하더라도 가족 단위 국내여행은 후원하거나 장려할 만하다. 더욱이 이달은 가정의 달이다. 최근 원화 값 상승에 편승해 부유층이 흥청망청 해외 소비에 나선다면 계층 간 위화감은 더 벌어질 수 있다.

 차제에 정부와 국회가 안전 관련 인프라 투자와 지출을 앞당기기 위한 예산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 20년 넘은 수도권 전철·지하철 객차 교체는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사고 위험이 있는 축대나 하천·다리 등에 대한 점검과 보수를 서두르는 것도 소비를 부양하면서 안전까지 보강할 수 있는 일석이조 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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