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저널리즘이냐 애국심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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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30일 미국에서는 두명의 유명 언론인이 이라크전 보도와 관련, 애국심과 저널리즘의 좌표를 두고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1991년 걸프전 때 CNN의 특파원으로서 명성을 날린 피터 애닛(현재는 NBC.지오그래피 특파원)과 최근 일방적인 '애국적' 보도로 논란을 빚고 있는 FOX뉴스의 앵커인 닐 카부토가 그 주인공.

애닛 특파원은 최근 이라크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의 항전결의를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 때문에 미국의 1차 공격계획은 사실상 실패했다. 지금처럼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면 미국은 도전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질렀다.

당장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아무리 뉴스를 좇는다지만 어떻게 미국 언론인이 적국인 이라크TV의 인터뷰에 응하고, 더구나 우리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말을 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NBC방송은 31일 애닛 기자를 해고한다고 발표하며 "애닛이 전시에 이라크 관영TV와 인터뷰한 것은 잘못이며 그 자리에서 개인적인 의견과 관측을 말한 것은 문제"라고 이유를 밝혔다.

카부토는 거꾸로 자신의 프로에서 "난 언론인이기에 앞서 미국인"이라고 자처해 구설에 올랐다. 그는 최근 한 명문대 언론학과 교수가 "당신이 계속 한쪽에 치우쳐서 미군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보도행태를 보인다면 언론인으로 자처할 자격이 없다"는 편지를 보내온 사실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내가 어느 한쪽에 치우친다 해도 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당신들처럼 의도적으로 중립을 취하기 위해)어떠한 결정도 않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반박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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