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에 「스캔들」 「정부 여비서」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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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원이나 정부관리가 자기 여비서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은 심심풀이 화제밖에 안된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젊은 여성을 「비서」라는 이름으로 채용하여 공금으로 l만4천「달러」의 연봉을 지불하면서 일을 시키는 대신 그 침실을 드나들었다면 문제는 아주 달라진다.
「웨인·헤이스」(64·민·「오하이오」주)하원 의원은 하원 행정 위원장과 국제 관계 위원으로 「워싱턴」 정가에서 권세가 도도했지만 23일 아침 그의 정치 생명은 미끄럼틀 위에 올라앉은 꼴이 됐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다시 한번 「스캔들」 폭로의 실력을 과시하여 「헤이스」와 비서 「엘리자베드·레이」양과의 관계를 폭로한 것이다.
「헤이스」는 1974년4월 「레이」를 행정위원회 직원으로 채용하고는 일은 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두 번 사무실에 얼굴이나 보이라고 일렀다. 그러면서도 「헤이스」는 「레이」에게 큰 사무실 하나를 배정했다. 하원의 직원 채용·방 배정·월급 책정 같은 것은 모두가 행정위원장 소관이다.
27세의 「레이」는 타자를 칠 줄도 모르고 심지어는 전화를 받을 줄도 모른다고 「워싱턴·포스트」의 기자들에게 말했다. 「레이」는 「헤이스」 의원이 보통 1주일에 두 번 정도 자기 침실을 찾았다고 실토했다. 「헤이스」 의원은 작년 첫 번째 부인과의 25년에 걸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지금부터 불과 5주 전에 지금의 부인 「패트·피크」와 결혼했다.
「피크」는 「헤이스」 의원의 「오하이오」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비서로 일 했었는데 지금도 「오하이오」에 살고있다.
「헤이스」과 「레이」의 밀애 현장을 미행하여 목격한 「워싱턴·포스트」의 두 기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주로 하오 7시 「워싱턴」의 「마리어트·호텔」 식당에서 만나 급히 식사를 하고는 거기서 멀지 않은 「레이」의 「아파트」로 간다.
「헤이스」의원은 거실에는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침실로 직행하여 어김없이 9시까지 자기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레이」의 「아파트」를 떠난다. 침실로 직행한다는 얘기는 「레이」한테서 나왔다. 이런 「특이한 직책」의 대가로 「레이」는 연봉 1만4천 달러」를 받았다.
「레이」가 「헤이스」와의 그런 관계를 이제서야 털어놓는 이유는 「헤이스」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그 자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레이」가 이 「스캔들」을 단행본으로 출판 할 준비를 끝냈다는 점과 「플레이보이」지 9월호에 싣기로 하고 그의 나체 사진들을 이미 찍어 놓았다는 사실들로 보아 「레이」는 한 영향력 있는 정치가의 몰락을 기회 삼아 백만금의 꿈을 실현하려고 하고 있는지 모른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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