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농 이기우씨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예가이며 전각에 또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철농 이기우씨가 7번째의 개인전을 연다. 55년이래 3년만에 한번씩 꼬박꼬박 작품 전을 마련하는 이씨는 금년 54세. 근년 그의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작품생활의 정신력으로 능히 이겨 나가고 있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이번 출품은 서예를 비롯한 탁본·판각·도각·전각에 걸쳐 80여점. 그중 각 부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다양한 재료구사를 선보인다. 탁본은 나무와 석고에 각자해서 종이에 찍어낸 것이고 판각은 판목이나 대통에 글자를 새긴 것. 도각은 도자기의 초벌구이 한 기물 위에 글자를 새겨 넣고 유 약을 발라 구운 것이며 전각은 도장이다.
이러한 각자작품은 근래 와서 한층 많아져 전각가로서의 이씨의 명성을 더욱 굳혀 주고 있다. 그는 평상시에 손놀림이 부자유스럽지만 일단 철봉을 잡으면 정확하게 획을 가늠하게 된다고 한다.
훈창·무호·추저 등에 사사한 그의 글씨는 한마디로 고담한 기품을 풍긴다. 헛된 위세를 떨려 하거나 잔재주로써 객기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겸허하고 차분한 가운데 동양선비의 참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결코 호연한 것은 못되지만 고아한 속에서 지체 높은 서체를 가다듬어 낸 것이다. 자획은 가녀린 듯하나 곧고 힘찬 앉음새이다.
그의 전각작품은 국내 최대의 수를 헤아리며 72년「철농 인보」3권을 낸 이후에 또 한 책의 분량이 마련됐다는 소식이다. 18∼23일 신세계 미술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