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그 후 한 달] 체육관 H빔 상당수 불량 자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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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무너진 리조트 체육관은 증거 보전 때문에 붕괴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차상은 기자]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 부실 자재가 쓰였다는 의혹이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경북경찰청은 16일 “건물 공사에 쓰인 H빔 상당수의 강도가 기준치보다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H빔은 건물 기둥과 지붕 뼈대(보) 등을 만드는 강재다. 이 H빔의 강도가 약한 나머지 지붕에 쌓인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사상자를 냈을 가능성이 짙어진 것이다.

 국과수와 별도로 수사진의 의뢰를 받아 현장을 조사한 한국강구조학회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박영석(61·명지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한국강구조학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무너진 체육관에 강도가 낮은 저급 강재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며 “붕괴 원인과의 관계를 분석한 뒤 결과를 곧 경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자재 사용과 부실 시공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경찰은 시공사 및 하청업체 관계자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붕괴된 체육관은 대형 볼트 4개를 사용해 건물 기둥을 콘트리트 기초에 연결해야 함에도 2개만 쓰고, 기둥과 볼트 연결부위 뒤처리 또한 적절히 하지 않는 등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여럿 발견됐다.

 경찰은 부실 시공 책임·관련자와 함께 리조트 관리자 일부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지붕에 쌓인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은 책임이 있어서다. 붕괴 사고 1주일 전부터 폭설이 내려 주변에서 체육관과 똑같은 양식의 구조물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등 위험신호가 있었는데도 지붕 제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리조트 관리자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사건 초기부터 잡았으나 시공업자 등과 함께 사법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국과수 조사 결과를 기다려왔다.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한 이벤트업체 관계자들은 뚜렷한 혐의를 적용할 수 없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부산외대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 행사를 하던 지난달 17일 무너져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다쳤다.

대구=김윤호·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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