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놀이다 … 청춘들의 아이디어 융합발전소 SXSW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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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처음에는 음악과 영화 페스티벌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정보기술(IT)·콘텐트 분야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의 축제로 진화하고 있다. SXSW는 1987년 한 주간지 기자들이 모여 뉴욕에서 열리던 음악축제를 오스틴으로 옮겨오면서 시작됐다. 남남서쪽을 의미하는 SXSW라는 명칭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에서 따왔다. 오스틴이 뉴욕에서 남남서쪽에 있는 점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올해는 7일(현지시간) 영화 분야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열흘 동안 오스틴 다운타운 일대에서 IT와 음악·영화분야가 따로 또 같이 전시회와 공연·콘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인구 80만의 비교적 한적한 도시가 관람객 겸 관광객 30만 명이 찾는 축제로 북적이고 있다.

 정체를 헷갈리게 하는 SXSW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가 ‘청년들의 놀이 같은 창업’이다. 거리 공연은 물론 부스가 차려진 전시회 공간 안에서도 수시로 플래시몹이나 가수 공연이 벌어진다. 주최 측 담당자들이 수시로 부스를 찾아 “스피커 볼륨을 줄여달라”고 호소하지만, 부스를 차린 기업 직원도 관람객도 ‘즐거운데 뭐가 문제냐’는 표정이다.

 9일 오후 칠레관 부스에서 벌어진 펑크록밴드 파파네그로의 공연은 바로 옆 한국 스타트업 와즐엔터테인먼트의 직원으로 온 안무가 심찬(29)씨가 뛰어들면서 순식간에 ‘한·칠레 합동공연’이 됐다.

 SXSW에 온 사람들의 절반은 20대에서 30대 초·중반이다. 전시를 하는 사람도 관람객도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이들에게 SXSW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다양한 행사에서 세계 곳곳의 청년들과 대화하면서 네트워크를 쌓고, 투자 상담을 받는 기회의 마당이다.

 전시장 밖 다운타운 곳곳은 밤낮으로 음악공연과 영화상영, 각종 길거리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각종 전시회와 콘퍼런스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엔 도심 일대가 거대한 파티장으로 변한다. 글로벌 대기업이나 행사에 참여한 국가 단체에서는 SXSW 기간 동안 카페 건물을 빌려 ‘○○클럽’이란 이름으로 밤새도록 파티를 연다. 술과 음식 모두 공짜다. 사람이 모인 곳이 곧 홍보의 장이란 생각에 글로벌 대기업들은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도 11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과 콘텐츠진흥원이 공동으로 인근 카페를 통째 빌려 ‘강남에서 온 괴짜들’이란 파티를 열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인근 카페 두 곳을 빌려 전용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SXSW의 대표적 행사인 트레이드쇼는 세계 74개국, 270개사가 참여한 정보기술(IT)·콘텐트·음악·영화산업의 융합 전시장이다. 행사 기간 동안 창업 관련 콘퍼런스만 1034개가 열리고, 여기에 참석하는 사람은 7만 명을 넘어선다. 주최 측에 따르면 SXSW의 경제파급효과는 연간 2억1000만 달러(약 2245억원)에 이른다.

오스틴=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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