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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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필립·하비브」미 국무성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8일 1975년도에 「아시아」가 직면하게 될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이 지금까지 가져왔던 종래의 관심과 책임에서 이탈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일본·월남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책임의 표현은 한마디로 대아공약 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주아미군·경제 및 군사원조·방위계약 등 3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비브」차관보가 미국이 종래의 관심과 책임에서 이탈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언급, 오는 75년부터 부상한 3요소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은 우리로서도 중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69년7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괌·독트린」이래 미국의 대아공약은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되어 왔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미국이 직면한 경제파동 또는「워터게이트」사건 등으로 정치난국의 중심이 주로 내향적인 성격을 띠면서 더욱 우심해져 간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하비브」차관보의 언명은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그의 언명의 배경은 주로 수원국의 정치정세가 혼돈한데 대해 미국 조야의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하비브」차관보가『우리(미국)의 자원을 「아시아」에 쏟을 가치가 없다는 느낌과 감정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국여론의 일단을 지적한데서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일부 「아시아」국가의 정부 지도자들에 대한 미국의 충고라고도 볼 수 있는 반면, 이러한 충고가 무시될 때에는 지금까지 그 나라와 맺었던 공약도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의사표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아공약이 해당국의 일시적인 정치태세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되며, 더욱이 그것 때문에 해당국의 방위문제를 동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특별한 관심과 책임을 가진 국가들의 안보는 그 나라와 「아시아」전체의 안보를 위해서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긴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께 점차 확고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동서간의 긴장완화 추세만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의 힘과 동맹국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 억지전략」에 따른 군사력 균형의 소산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대아관심과 책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은 다름 아닌 대아공약의 신빙성을 감퇴하는 것으로서 이는 미국의 억지전략 그 자체를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며 그것이 초래할 위험은 매우 큰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아시아」관계국의 정치태세와 안보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며, 대아공약을 어떤 정치적인 제재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이와 동시에 「아시아」각국의 정부 지도자들도 우방 미국 조야의 성의 있는 충고를 받아들이는데 있어 조금이라도 인색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으로서는 미국의회의 대한군원 결의안에 한국의 인권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다는 전무후무할 조건을 붙인 사실을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결의는 분명히 미 국민의 다수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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