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불임병은 고칠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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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결혼한 지 8년이 되도록 아기를 갖지 못하던 K부인이 천만 뜻밖에 임신을 하게 되었으니 오죽이나 기쁠까. K부인의 나이는 올해 35세. 날이 갈수록 불러 가는 뱃속에서 기운차게 뛰노는 태아를 느끼면서 지금 그녀는 분만의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동안 병원과 한의원 심지어는 점장이한테까지 찾아다녔으나 절망적인 대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념하고 있었는데 아기가 생겼으니 K부인이 제2의 삶을 얻었다고 좋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질 않지만 결혼을 해서 아기를 못 낳는 부부는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중에서 절반이상은 충분히 아기를 가질 수 있는데도 불임증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불임의 책임을 여자에게 돌리는 게 우리네 실정이다. 아기를 배고 낳는 일이 여자에게만 지어져 있는 탓일까? 그러나 실제로 불임의 책임은 부부에게 절반씩 있다.
남자의 경우 정액 속에 정자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그 수가 지극히 적다든지 또는 정자의 운동력이 약하거나 기형정자가 많은 것 등이 중요한 불임 원인인 때가 많다.
여성측의 원인은 남자보다 복잡하다. 난소의 기능부전으로 배란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 배란이 제대로 되더라도 난자에 이상이 있거나 난관에 잘못이 있을 때, 또 자궁내막이 미숙해서 수정란이 착상을 못하는 경우 등 그 원인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어떤 때는 정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궁의 입구를 통과하지 못해 임신이 안되기도 한다. 또 원인을 전혀 찾아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불임증의 80%이상은 원인을 캘 수 있고 이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 쉽게 체념하거나 절망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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