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판매가의 재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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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올 겨울 연료수급대책과 관련, 석유류 값의 부분적인 조정을 검토 중이다. 석탄과 유류의 가격차 때문에 연탄으로만 쏠리는 가정 연료수요를 유류 소비로 유도하기 위해 등유·경유 등의 값을 내리고 그 대신 산업용 유류인 「벙커」C유 등의 값을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이래서 이번 석유류 값 조정에 있어서는 석유류의 복합판매 단가에는 변동이 없도록 하되 석유류 세율 조정방식을 택할는지, 아니면 정유회사의 출고가격 조정방식을 택할는지의 여 부를 관계부처 간에 협의 중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석유류 값의 부분적인 조정 방안을 보고 우선 우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등유나 경유 값의 인하가 과연 얼마나 석탄소비의 대체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열효율을 고려지 않고 연탄과 기름의 가격차를 대비해보면 작년 8월에 연탄 1대 등유는 2.2, 경유는 1.7에서 지금은 연탄 1대 등유 3.4, 경유 2.9로 크게 벌어져있다.
만약 석유류 세의 면세로 등유 값을 18% 인하한다고 해도 연탄과의 가격차는 1대 2.9정도, 경유 값은 2.5 정도로밖에는 축소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등유나 경유 값을 세금면제로 인하한다고 해도 2.5배가 넘는 가격차를 보이기 때문에 유류를 연료로 쓰는 가정이나 일부 실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어도 수요의 대체효과까지는 크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연탄소비와의 대체 관계보다 이미 중탄 생산금지 등 행정적인 조치에 대응하여 탄사용이 금지된 부문에 대한 조그마한 선심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격조정 방법에 있어 공장도 값을 그대로 두고 복합판매 단가의 변동이 없는 범위 안에서 세금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현재의 외국계 석유자본이나 국내 정유공장의 요구로 볼 때 과연 가능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가격조정 때마다 강력한 압력을 휘둘러온 외국계석유자본은 그 동안 이익폭이 큰 경질유에 있어서는 생산의 과잉상태, 수요초과 유종인 「벙커」C유 등은 적자라는 점을 들어 계속 공장도 가격조정을 끈질기게 요구해 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이번 기회에 경질유 가격인하, 중질유 가격의 인상이 외국계석유자본이나 정유회사측의 요구대로 공장도 값의 조정 방법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또한 석유류 세에 의해 가격조정을 단행한다면 연간 1천3백억원이 넘는 세입결함 때문에 근본적으로 전체 세입의 변동에 따른 세출 조정이 전제 돼야만 하는 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번 석유류 값의 조정이 세율 변경에 의한 것이든 공장도에 의한 것이든 경질유를 내리고 중질유 값은 올리는 것이 기본방향인 만큼 일부 가정이나 일부 운수업자 등의 부담은 덜어줄지 모르나 그 대신 불황에 허덕이는 산업계에는 설상가상으로 원가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따라서 복합판매 단가에 변함이 없도록 한다는 전제를 버리고 석유류 세의 감면을 통한 과감한 가격인하정책으로 바꾸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석유류 세수의 감소를 타 징세 부문에 전가시키지 말고 세출의 조정을 단행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석유류 값의 부분적인 조정에 따른 보완문제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이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석유 환경에 대처할 지혜를 짜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원유가 인하에 대한 압력을 가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3·4분기에 조광료를 2% 올린데 이어 4·4분기엔 조광료 및 소득세의 3.5% 인상이 기다리고 있고 아울러 산유국의 국유화 조처에 따른 「바이백」원유의 증가를 이유로 수입 원유값이 유동화된 상태에서 계속 오르고 있는데 대한 효과적인 「에너지」종합대책이 더 아쉽다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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