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가입만으로 노조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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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앞으로 산별(産別)교섭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관계 법령이 대폭 손질된다. 예컨대 개별 기업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했을 경우 노조설립 신고를 하지 않아도 노조로 인정해주는 등 산별교섭의 장애물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산업별 노조가 경영계와 협상을 벌여 체결한 임금 및 단체협약 내용을 상당수 개별 기업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요컨대 업종이 같은 사업장은 규모나 특성에 관계없이 모든 단체협약이 같아질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퇴직(기업)연금제도가 내년 7월부터 전 사업장에 도입된다. 퇴직연금제란 퇴직금에 해당하는 돈(월 급여 8.3%)을 금융기관에 맡겨 굴린 뒤 퇴직 때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을 말한다.

노동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 추진계획을 노무현(盧武鉉)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산별교섭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없애기 위해 다음 달 중으로 '산별교섭 매뉴얼(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임원은 "산별노조가 활성화된 대표적 국가인 독일에서도 노조의 분권화.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의 산별노조 전환 정책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또 당초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키로 했던 퇴직연금제도를 내년 7월부터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1년 미만의 단기근속 근로자에게도 퇴직연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금을 누적해주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법인세법 등의 개정을 위해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한편 차별금지를 명문화하는 법안을 상반기 중에 마련한다. 여기에는 보험모집인.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에게 노동권을 부여하고 산재보험 혜택을 주는 내용(특례조항)도 들어간다.

정부는 특히 필수 공익사업장의 범위를 축소하고, 이들 사업장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보호하기 위해 직권중재 회부기준을 분명하게 만들기로 했다.

직권중재란 전기.통신.병원 등 파업시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 공익사업장의 노동쟁의에 대해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파업을 금지시키는 제도다. 이밖에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전교조 수준의 노동권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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