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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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굴경제」라는 말이 있다. 60년대 북한경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모든 기간산업의 시설을 지하에 엄폐해 놓았기 때문에 생산활동은 동굴에서 이루어 지고있는 것이다.
한국동란을 겪으며 북한은 철저한 파양를 뼈아프게 체험했었다. 공산주의 체제는 또 본질적으로 비공산주의 국가에 대해서 방어의식이 강하다. 북한은 바로 경제개발도 그런 군사적인 범주 안에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발을 군사적인 목적과 일치 시킬 때 비경제적인 요인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그것이 반드시 군사적인 목적과 일치하기란 우연뿐일 것 같다.
지하공장 「시스팀」엔 그와 같은 낭비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가 다분히 잠재해있다.
현재 북한의 경제상태는 이와같은 사실들이 기반이 되고 있다. 우선 그런 모순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61년에 입안된 「7개년 경제계획」이 「10개년 계획」으로 연장된 사실로도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 경제개발이 순조롭게 되고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더 적극적인 증거는 북한이 64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제관계의 숫자를 하나도 공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근년에 북한전역의 요새화를 공언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10개년 계획이 군수공업에 치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 자신도 군사부담이 어느 한 부분만이라도 없었다면 「인민의 생활」은 훨씬 더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주민생활의 희생을 강요한 것에 대한 하나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67년부터 69년 사이의 군사비지출은 31·3%나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70년11월 또다시 새로운 「6개년 경제계획」을 수립, 강행해 오고 있다. 흥미 있는 것은 이 기간동안 냉장고 12만5천대·선풍기11만대·TV수상기10만대의 생산목표를 세우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의 약점이 무엇인가를 자인한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시물자 3년 분비축계획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국방우위정책은 근본적으로 수정된바가 없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가 오늘날 「딜레머」에 빠져있다는 추측은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남북대화」는 그들 주민의 노동력을 무제한으로 강제동원 하는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다. 더구나 번번이 난항을 거듭하는 경제계획은 그런 정치적 여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어느 대학의 「아시아」문제를 토론하는 학술대회에서도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런 결론에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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