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 어려운 수소 얼음에 넣어 운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얼음 알갱이가 녹으면서 방출되는 수소가 물 속에서 기포가 되어 떠 오르고 있다.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이며, 지구상에 가장 많은 원소다. 이를 태우면 찌꺼기로 물만 남아 미래 청정 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섭씨 영하 252도의 극저온을 만들어줘야 하며, 고강도의 금속 통에 넣어야 한다. 이 때문에 수소를 휘발유 등과 같이 쉽고 편하게 이용하기 어렵다. 수소가 널려 있어도 주워 담아 연료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팀은 한국과 캐나다 공동 연구팀을 이끌어 얼음 알갱이에 수소를 저장하고, 일반 냉동차량에 실어 운반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7일자 네이처에 발표됐다. 네이처는 7일자에 실린 연구성과 중 이 교수팀의 것을 특별 논문으로 선정했다.

일반 얼음에는 수소를 저장할 수 없다. 물 분자에 수소 원자 두개가 있긴 하지만 그 이외의 다른 수소가 들어가 자리 잡을 만큼의 공간이 전혀 없다. 연구팀은 얼음을 얼리기 전 물에 미량의 수용성 유기물을 섞었다. 그렇게 얼린 얼음을 마이크론 크기로 잘게 부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얼음 알갱이가 된 것이다. 얼음 알갱이 하나당 수소 2~4개가 들어갈 수 있는 나노 크기의 수많은 공간이 생긴 것은 물론이다. 얼음 알갱이에 수소 기체가 닿기만 하면 수소는 얼음 입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수소 자체가 가장 작고 가벼워 비집고 들어갈 공간만 있으면 들어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이 교수는 "물 100g당 수소 4g을 저장할 수 있다"며 "얼음 알갱이에서 수소를 꺼내는 방법은 그저 얼음을 실내에 내놓아 녹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수소 저장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소를 저장할 재료로 물과 값싼 유기물을 사용한다. 더구나 섭씨 영상 3~4도에서도 얼음 알갱이가 녹지 않을뿐더러 수소가 그대로 그 알갱이에 속에 들어 있다. 따라서 쉽고 값싸게 운반.저장할 수 있다.얼음 알갱이는 무제한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