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그들이야말로 '먼저 온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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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통일 시기를 정확히 안다면 아마 워런 버핏을 능가하는 투자가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탈북자 한 사람이 대북 달러송금으로 북한 가족·친지 20명 정도를 먹여 살립니다. 자연스레 남한 발전상도 알려지게 되죠. 제가 탈북자를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경대(75)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올해 민주평통의 활동초점을 탈북자 정착 지원에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탈북자 수는 2만5000여 명. 북한 인구 2400만 명의 0.1%다. 현 부의장은 “북한 사람 1000명 중 한 명꼴 넘게 한국으로 온 것”이라며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결국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은 올 들어 대남 평화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현 부의장은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사태는 북한 유일지배 독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형식적이나마 주장해온 법치주의의 완전한 몰락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문제는 어쩌면 북핵문제보다 더 긴박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한국의 진보세력이 침묵하는 건 스스로 진보가 아님을 고백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란 화두를 던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회견에서 ‘통일’을 22차례나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의 통일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지난해 11월 평통 운영위·상임위 확대회의에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서 이런 정부의 의지를 국민이 공감토록 평통이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어요. 평통이 1대1로 탈북자 멘토링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 구체적 이행방안을 소개해주시죠.

 “탈북자 멘토링을 위한 ‘통일맞이 하나-다섯’ 운동을 벌여나갈 겁니다. ‘하나’는 탈북자 지원으로 모두가 하나된다는 의미이고, ‘다섯’은 1대1 결연과 법률지원, 의료지원, 장학금 사업, 취업 알선 및 직업교육 등 5가지 실천사업을 뜻합니다. 먼저 탈북자들과 ‘작은 통일’을 이루자는 생각입니다.”

 -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정은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초 대남 핵 도발 위협까지 가하더니 4월엔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죠. 우리 정부가 ‘공단 기업인 전원철수’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니까 읍소하다시피 해서 재가동했습니다. 간부들은 모욕감을 느꼈을 겁니다. 이런 전략적 실수와 무모함이 반복되면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도 ‘김정은은 믿기 어려운 지도자’라는 인식이 확대될 겁니다. 특히나 한국이란 발전된 존재는 북한 주민에게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일으켜 체제변화를 가속화시킬 겁니다.”

 - 남북관계에서 가장 절실한 요소는 뭘까요.

 “북한이 한국과 국제사회가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발소에서 면도사에게 몸을 맡기고 눈을 감거나 잠시 휴식할 수 있는 건 그 칼날이 자신을 해치지 않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죠. 북한도 그런 신뢰를 보여줄 때 비로소 올바른 남북관계가 작동할 수 있습니다.”

 - 남북 통일의 시기는 언제쯤으로 점칠 수 있을까요.

 “통일은 대박이기 때문에 제가 그 시기를 정확히 안다면 아마 워런 버핏을 능가하는 투자가가 되겠죠. 다만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건 분명합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거의 붕괴나 다름없고 주민들의 충성심도 거의 소진됐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주민 30%가 영양실조 상태라고 발표했습니다. 부패지수도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제주 출신인 현 부의장은 오현고, 서울법대를 거쳐 서울지검 특수부(사시 5회)에서 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설립한 정수장학회 1기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정수장학회 이사장이던 97년 현 부의장이 장학생 출신 모임인 상청회장을 맡으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5선 의원(11~12대, 14~16대)을 지낸 현 부의장은 박 대통령이 보궐선거(1987년, 대구 달성)로 배지를 달 때 선거 지원을 하면서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대선 전 박 대통령을 자문하며 돕던 7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글=이영종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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