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연설 … 아베 불쑥 찾아와 맨 앞좌석 경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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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 첫 전체회의에서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 자리엔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있었다. 당초 오후에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아베 총리는 예정보다 일찍 행사장에 도착해 맨 앞줄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원래 두 정상은 포럼 참석 시간대와 동선이 겹치지 않아 조우할 가능성이 없다고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조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이를 부정하는 언행이 나와 안타깝다”며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대해 거듭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외교가에선 “정상회담을 요청한 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아베 총리의 유화 제스처 아니겠느냐”는 평가가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조우했으나 만남은 어색하게 끝났다. 두 정상은 이날 행사장에서도 직접 마주치지는 않고 정해진 의전 절차대로 행사장을 떠났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다보스포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막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25분 동안 영어로 한 개막연설에서 “창의성과 함께 창조경제 구현의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며 “창조경제가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저성장과 실업, 소득불균형이라는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조경제를 통해 창업과 기존 사업들을 혁신해 새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을 통해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소득불균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후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으로부터 “통일 과정에서 경제적인 지원 부분이 문제일 것 같다”는 질문을 받고 “통일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주변 국가에서도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제가 얼마 전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 대대적인 SOC를 중심으로 한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주변국 예를 들면 중국의 동북 3성이나 러시아 연해주 지방도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통일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확고한 안보 억지력을 바탕으로 그 위에 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면서 한반도의 통일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연설에 이어 퀄컴의 폴 제이컵스 회장,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레 총재, 지멘스 조 카이저 회장을 잇따라 만났다. 박 대통령은 투자 적격지로서의 한국을 소개하며 투자 유치와 확대를 요청하는 등 ‘국가 IR(투자 홍보)’에 나섰다. 전날 밤 다보스 벨베데레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엔 박 대통령과 가수 싸이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야콥 프랜켈 JP모건체이스인터내셔널 회장은 “박 대통령이 시장개방·창의성·비전과 관련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 내용들은 마치 음악 같았다”며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이 한 말을 자세히 읽고 원칙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보스=청와대공동취재단, 신용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사진 설명]
1 박근혜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다보스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스티브 볼츠 GE 발전 및 수력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등 500여 명이 참석해 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전경련은 2009년부터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글로벌 리더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야콥 프랜켈 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 박 대통령, 존 넬슨 로이드 회장, 가수 싸이. [다보스=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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