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의 서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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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위 당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1917년 10월의「볼셰비키」혁명에 의해「레닌」이 확립한 이론이다. 오늘날 소련의 헌법엔 공산당을『사회주의체제의 강화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투쟁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전위(Vanguard)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산당은 사회 모든 조직의「전위」이며, 또 그 공산당은 그 속에서의「전위」에 의해 운영되며, 또 그것은 몇몇「전위」에 의해 다시 핵심을 이룬다.
이른바「레닌」이 이끄는「볼셰비키」는「프티·부르좌」파인「멘셰비키」와 바로 이점에서 이론을 달리한다.「레닌」은 당의 조직을『전 위의 전위의 전위』라는 식으로, 마치「피라미드」형처럼 만들어, 그 첨단에서 지배하게 했다.
독일 공산당의 창시자이며 여류 경제학자인「로자·룩셈부르크」같은 사람은 그「전위의 이론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끝내 1 인 독재체제로 타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공산주의체제국가들은「레닌」의 이론에 발을 붙이고 있다. 그 종주국인 소련의 정치구조를 본떠 공산당은 역시 모든 체제의 최 우위(전위)에 있다. 이, 당은 4년에 1회 이상 열리는 공산당대회를 형식상 정점으로 한다.
이 전당대회에선 소 연방 공산당중앙위원회의 위원을 선출한다. 이것은 당의 중추기관(전위)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다시 중추(전위) 가 있다. 정치 국(Politburo)과 서기국. 서기국은 .말하자면 총무국과 비슷한 사무집행기구이나, 그 중핵은 정치 국이다.
최초의 정치 국은 1917년 10월 혁명과 동시에 설립되었다 .국원은 모두 19명. 그 가운데 6명은 자연사, 나머지 13명중에서. 9명은 사형을 받아 총살되고, 2명은 재판을 기피하고 자살, 마지막 2명은 암살되었다. 모두「스탈린」의 1인 독재를 강화하기 위한 희생의 제물이 된 것이라 새삼 그 사회의 권력무상을 실감하게 된다.
한때 정치 국은 서기국에 눌려 무력한 존재가 되었었다. 1922년「스탈린」이 서기장이 되면서 서기국의 진용과 권한을 급격히 강화했다. 정치 국의 반발이 없을 수 없었다. 스탈린은 차라리 그 정치 국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지도기관으로 운영했다.
그늘 속의 정치 국이 다시 햇빛을 찾은 것은「스탈린」사후의 일이다. 한때 이 국은「중앙위간부회」로 개칭된 일도 있었지만, 1966년부터 다시 정치 국으로 불린다.
공산체제국가에서의 서열이란 바로 이 정치 국의 서열을 두고 말한다.「브레즈네프」는 정치 국과 서기국을 대표하는 서기장으로서 소련의 제1위이다.
북한의 정치기구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명칭만 다를 뿐이다. 노동당의 전당대회 밑에 「중앙위」가 있고, 그 아래에「정치 위」와 비서 국이 있다. 이 두 기구는 서로 겸직도 가능하다. 서열은「정치위원회」에서의 순위이다. 따라서 이 순위를 누가, 또는 누구누구가, 어떤 원칙에 의해 결정하느냐에 따라 앞서고 뒤서는 일이 멀어진다.
최근 화제가 된 북한의 서열개편은 항일「빨치산」파 군 경력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원칙은 그들의 정책방향에 따라 바뀐다. 서열은 그래서 무상하며, 또 주목을 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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