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얼굴빛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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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는 자주 『얼굴빛이 안 좋은데 어디가 편찮으냐』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는다. 의사들도 환자들의 얼굴빛 (안색)으로 진단의 실마리를 잡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진찰실로 들어서는 환자의 모습과 얼굴빛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시진은 진단학에서 가장 중요시한다.
의사가 아니고라도 어떤 경우에 어떻게 얼굴빛이 달라지는가를 알면 의외로 쉽게 질병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얼굴에 홍조를 띄게 되면 영양상태가 양호해서 건강한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다.
그러나 가끔 홍조가 심장병이나 폐결핵을 의미할 때가 있다.
심장은 간막이에 의해 좌심방·좌심실·우심방·우심실로 나누어져 있고 이들은 4개의 문(판막)에 의해 통해져 있다. 4개의 문 가운데 좌심방과 좌심실을 연결하는 문은 마치 승려들의 모자처럼 생겼다해서 승모판이라 불린다. 폐에서 깨끗해진 피가 심장으로 들어올 때는 이 승모판을 거치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 승모판에 이상이 생기게 되면 얼굴빛이 발그레해지면서 홍조를 띄게된다.
폐결핵 때도 마찬가지. 20대 처녀가 갑자기 얼굴빛이 발그레해지면서 예뻐진다고 해서『좋은 때』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가래가 생겼다든지 잔기침을 한다든지 할 때는 가슴 사진을 한번 찍어 볼일이다.
위장상태와 얼굴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위장이 나쁜 사람은 대개 얼굴빛이 건강하지 못하다.
얼굴빛이 창백할 때는 피검사를 한번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빈혈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기생충이 있을 때도 얼굴빛이 창백해지는 경우가 많다.
간에 이상이 생기면 얼굴빛이 먼저 달라진다.
간염이나 간경변일 때는 얼굴빛이 샛노래지는 이른바 황달현상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간의 기능이 좋지 않으면 얼굴빛이 건강 색을 잃는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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