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정책의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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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15일 중동사태에 관해「이스라엘」은 67년 전쟁시 점령한 영토로부터 철수해야 하고「팔레스타인」인의 정당한 주장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우리정부 대 중동 정책의 중대전환을 의미한다.
이 성명은 한국이「아랍」의 우호국이라고 공식 천명함으로써 산유국, 특히「사우디아라비아」와의 석유 직접 거래보다는「유류 감량 대상국가」측「비 우호국」에서 한국을 제외해 주기를 바라는 하나의 포석으로 간주된다.
이번 대 중동 정책 전환은『모든 국가는 그 독립 영토보전과 생존권이 인정되고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스라엘」망의 존립에 대한 근본적 배려를 해 놓았으므로「이스라엘」과의 단교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유럽」공동시장(EEC) 가입국들도 석유확보를 위해 우리정부와 마찬가지의 성명을 발표했었지만 그것이「이스라엘」과의 단교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유류를 확보키 위한 친「아랍」정책이 실리를 당장에 가져올 것인가 공식적으로 밝혀진바 없지만 적어도 이 성명은 석유문제를 해결키 위해 이미「아랍」에 가 있는 우리특사의 활동을 뒷받침 해 주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친「아랍」정책의 추구는 석유문제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면에서도 높이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이스라엘」과 수교함으로써 16개「아랍」국가와는 단교 상태에 들어서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중립국 진출에 민감한 지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이스라엘」관계 냉담화와 친「아랍」외교정책의 추구는 우리나라가 중동은 물론 기타 중립국 진영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요,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한층 높여 줄 것이다.
금차 중동 전쟁으로 말미암아 세계적으로 석유위기가 조성되면서부터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구입해서 쓰는 나라들은 각각 제나름으로 국익을 확보하는데 적절한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있는 서구제국이나 일본동이 미국의 친「이스라엘」정책 추구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친「아랍」정책으로 전환하고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을 보면『영원한 것은 국익』뿐이라는 느낌이 박진해진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의 유류난이 주는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독자적으로 정책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현재로서는 이 정책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 정책전환이 자아낼 수 있는 손실을 극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지난 15일「키신저」미 국무장관은「사우디아라비아」의「파이잘」왕을 설득하여 석유무기화정책을 포기케 하는데 실패했다. 「파이잘」왕은「이스라엘」의 철수에 대한 제3국의 어떤 보장도 거부하고, 「이스라엘」자신이 직접 구체적인 철수일자를 포함한 철수공약을 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 지금 현재「아랍」의 석유무기화 정책은 분명히 주효하고 있고, 석유파동 때문에「아랍」이 아니라 오히려「이스라엘」이 세계적으로 미움을 사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미국의 중동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한국의 중동정책전환 성명은 최근 국제정세의 움직임으로 보아 시기에 알맞는 조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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