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활동 비화 엮어『조국을 찾기까지』펴낸 최은희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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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은희 여사는 올 가을 지난 10년 동안 집필해 온 한국여성활동비화를 책으로 펴낸다.
탐구 당 발행『조국을 찾기까지』라는 제목의 이방대한 역작은 최 여사가「필생의 대업」 오로 쌓아올린 한국여성의 독립운동투쟁사다. 1905년부터 해방되기까지 아직 그늘에 숨겨졌던 수많은 여성투사들의 활동을 주축으로 우리민족의 걸어온 길, 생활변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기록으로 꼭 남겨야 할 사실들을 모았다』고 한다.
『내가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시절은 3·1운동직후여서 모두 모이면 독립운동에 얽힌 이야기들만 했습니다. 더욱이 여학교시절 만세를 불렀던 만큼 나 자신 여러 가지 알고 싶은 일들이 많았고, 자연 이것을 내가 파헤쳐 올바른 기록을 해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경기여고 3학년의 16세 소녀로 그날「파고다」공원에서 만세를 불렀던 최 여사는 그러나 훗날 이「기록」을 착수하게 된 동기를『여러 가지 사실들이 잘못 전해지고 파묻혀 버릴 것 같아 많은 관계인물들과 직접 취재를 할 수 있었던 내가 꼭 이 일을 기록해 놓아야 할 사명감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62년 5월 한국일보에『잊지 못할 여류명인들』을 연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최 여사는 그해 가을부터 이 크나큰 사업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비밀히 들어왔던 이야기들의 증거를 찾아 전국법원의 사건부·판결문을 조사했고, 그 동안의 신문들도 빠짐없이 훑어보았다. 알려지기 않은 사건들을 캐내기 위해 지방과의 연락도 수없이 했으며「셀 수 없이 많은」여성들을「인터뷰」했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참고한 책만 해도 2백 권이 훨씬 넘는다.『우리나라여성들이 정말 훌륭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면서 이 책을 써 왔습니다. 기개가 대단합니다.』최 여사는 그 동안 여러 번의 병고와 노령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 우리여성의 뼈저린 투쟁이 너무나 엄청나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잠시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실 우리 독립운동에선 비밀을 전하는 일은 거의가 여성들 손을 거쳤습니다. 심지어 최덕신씨 어머니 같은 분은 무기를 운반하기까지 했었습니다.』한 무명의 주모가 손가락을 잘라「대한독립만세」를 써서 시위했던 일이며, 진주의 김월회를 비롯한 기생들의「데모」등 최 여사는 생생한 이들의 투쟁을 옮기면서『정확하게 후세에 전하는 길만이 나의 할일』이라고 언제나 다짐했다는 것이다.
국판 3권으로 나오게 될 이 책은 2백자 원고지로 모두 6천장. 이 원고뭉치를 그는「어린아이 돌보듯」소중히 보관해 왔었다.
금년2 월 출판사로 원고뭉치를 보내던 때는『첫딸 시집보내던 날처럼 서운해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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