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빚 3조대 갚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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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그룹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SK C&C와 최태원 회장간의 주식 맞교환을 원상회복시키고, SK글로벌의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밝히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하나은행이 SK글로벌에 대해 자구계획을 요구하고 증시에서는 투신사의 SK관련 펀드에 대한 환매요청이 잇따랐다. 전경련은 손길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자 향후 재계 수장의 운신의 폭이 좁혀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SK글로벌은 이날 부동산 및 기타 고정자산 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현재 5조8천억원인 부채를 5년내에 2조3천억원까지 줄여 부채비율을 1백%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측은 자금마련 방법과 관련, 사업을 통해 3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부동산 등을 팔아 1조2천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주유소 영업권을 SK㈜에 다시 넘기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측은 "단기적인 부채비율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펀더멘털이 튼튼해 현재로선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고수익 사업인 석유판매 사업과 정보통신 사업이 전체 매출의 60%을 차지하기 때문에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SK그룹도 이날 '검찰기소에 대한 그룹의 입장'을 통해 "책임경영.투명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업 이미지 및 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

SK는 성명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관련된 일련의 사태로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각 계열사별 이사회와 CEO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의 유동성위기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며 글로벌이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2.6%정도)를 매각하려 한다면 이를 자사주 매입 형태로 사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텔레콤은 또 최회장이 가진 SK텔레콤 개인지분은 없고 SK(주)에서 SK텔레콤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최회장의 사재출연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SK글로벌의 채권단은 SK그룹에 대해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채권단회의를 열어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도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이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날 "SK글로벌이 자금난에 빠지지 않도록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을 요구했다"며 "SK글로벌의 자구계획안이 전달되면 이를 놓고 채권단회의를 열어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측은 분식회계로 신용도가 떨어진 SK글로벌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여신 회수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에 대비, 대책마련에 들어가는 한편 앞으로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책임하에 SK글로벌이 보유한 자산매각 등 강도높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채권단은 그러나 SK글로벌의 매출 중 수출입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해 정상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금융회사의 수출금융은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증시에서는 일부 투신사의 SK관련 펀드에 환매 요청이 몰렸다. 투신업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발표 이후 SK관련사의 채권이 편입된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에 환매를 요청한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SK글로벌이 1조5천억원대의 분식회계 적발에도 불구, 이를 반영하더라도 자본잠식 상태까지는 가지 않아 증권거래소 상장이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검찰이 전경련 회장인 손길승 SK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키로 하자 전경련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재계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손 회장이 불구속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손 회장 말고는 전경련 회장을 맡을 인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 정태승 전무는 "이번 일로 전경련 회원사나 재계의 단합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손회장 체제의 유지를 강조했다.

홍병기.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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