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권숙표<연세대 공해문제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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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문화는 발명의 집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모든 발명이 집적된 것이 문화는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발명은 인간의 기성문화를 파괴했거나 새로운 문화를 저해함으로써 버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소위 과학문명은 무한히 많은 발명을 속출시켜 우리들의 생활은 더욱 편리하고 능률적으로 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발명이 인류에게 어떠한 운명을 가져다 줄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시 두고봐야 한다.
편리와 능률만을 추구하다보면 예기치 않았던 위협이나 더 큰 모순이 나타나는 일이 적지 않다.
도시에서 연탄중독으로 사망한 사람이 작년부터 금년 2월까지 사이에 약 4백 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래서 연탄중독은 아궁이가 나쁘니, 방에 구멍이 있느니, 연탄에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니 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어서 그것을 개량하면 연탄중독이 없어질 듯이 말한다.
그러나 원래가 한국의 온돌에 연탄은 항상 위험성이 따르고 있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에 알맞게 만들어져 수백 년 지난 오늘날까지 온돌은 이재 토착화했고 그 온돌에 맞게 모든 가정의 풍속이 쌓여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일조 일 석에 온돌을 없앨 수 없다. 그래서 발명된 것이 장작대신에 값싼 연탄이 된 것이다.
무연탄을 천천히 산소공급을 제한하면서 연소시키는 온들의 방식은 일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나오지 않게 하면 연료절약은 불가능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온돌에 무연탄이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춰 나가야만 했다.
온돌방에 연탄을 때고 있을 때에는 언제나 낮은 농도이지만「가스」가 차 있다는 실험결과를 안다면 안심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연탄이「발명」이었다면 그것에 알맞은 주택이나 건축 성이 발명되어 있어야한다. 그렇지 못한 이상 연탄사용은 경제적 발명은 될 망정 생명을 위한 발명은 아니다. 당장에 땔감이 없기 때문에 연탄을 사용할 따름이다.
도시에 차량이 늘어나고 그 배기가 심해서 도시의 대기오염은 자동차 대수와 평행해서 심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차량이 더 늘어나면 어느 면에서 차량구실을 못할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은「뉴요크」나 동경시의 예에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교통방식에서 발명이 있었다면 그것을 수용하는 도시도 발명되어야하지 않겠는가.
불량식품이 늘어나 안심하고 먹을 것이 없다고 한다. 불량식품이 나타나는 생리는 바로 도시의 인간이 판매식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생활 형태로 바꾸어져 가고 있다는데 원인이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식품이 발명되어 이제 도시인은 그것을 안 먹을 수 없게 까지 되어간다.
많은「인스턴트」식품이 바로 그것이고, 방부제와 색소와 향료를 넣은 가공식품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식품을 받아들일 수 있고 불량품을 예방하는 사회조직도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수많은 발명이 이뤄지고 외래발명품이 우리사회에 파고들지만 그것을 소화시킬 수 있는 환경의 결함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보는 현상은 이 같은 경우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주관이 없는 바탕에는 발명이 더욱 용이할지도 모른다. 과학을 모르는 사람에게 엉터리 기술이 통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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