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저금통

며칠 전에 그이는 얄퍅한 월급 봉투 속에 10원짜리 동전을 묵직이 넣어 왔다.
5백원짜리 한 장을 동전으로 바꿨던 것이다. 4살 박이 꼬마의 군것질 값이다. 꼬마는 하루에도 꼭 50원 이상을 그것으로 소비시킨다.
적은 가계에 그 돈도 우리에겐 적잖은 액수다. 군것질하는 버릇을 갑자기 고치려 해도 퍽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다가 과자 값을 주지 않으면 오만상을 찌푸리다가 결국엔 눈물을 찔끔찔끔 짠다.
그 모양이 안되어서 5원짜리를 한 닢 두 잎 주던 버릇이 이젠 고치기 어려운 습관으로 되었다. 게다가 5원짜리를 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이는 봉급을 탄 김에 10원짜리 동전을 바꾸어 온 것이었다.
무심코 한 닢 두 잎 던져 주던 것도 며칠 것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보니 과히 우리 형편에 적은 돈은 아니었다. 이 많은 돈이 꼬마의 군것질로 낭비된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니 아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몸에 이로운 것이면 몰라도 매일 같이 꼬마가 즐기는 것은 불량 과자류다. 그래서 더욱 그런 마음이 일어났다.
내일부턴 군것질 값을 절약해서 주어야겠다면서, 꼬마를 앞세우고 문방구점으로 가서 돼지 저금통 하나를 쌌다.
빨간 돼지를 안고 좋아라 하는 꼬마 앞에서 10원짜리 동전 넣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기한 듯 『엄마 나도 10원 줘.』 그것을 건네주자 저금통에 넣고 나를 보고서는 방긋 웃었다.
『장한아, 이젠 과자 사먹지 말고 아빠한테 돈 얻으면 이 예쁜 돼지 주자.』『응』하면서 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꼬마의 군것질 값이 얼마나 절약될 지 모르지만, 난 꼭 무리가 되더라도 꼬마의 필요 없는 군것질 값을 절약해서 장한이 이름 앞으로 복 주머니가 그려진 예쁜 저금 통장을 쥐어 주어야겠다.
한금례 (부산시 문현동 65011 차용대씨 댁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