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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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은 주요 대도시의 공해 대책을 위해 외국의 차관과 기술을 도입할 계획으로 오는 5월초 내한하는 세계은행의 조사단과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되었다.
세은 측은 팽창 일로에 있는 수도권의 공해 문제가 앞으로 2, 3년 안에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 대책을 시급히 세우도록 촉구하면서 공해 전문가를 파송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경위야 어떻든 이 사실은 우리가 당장 외국의 차관을 들여오면서까지 서둘러야 할만큼 도시 공해가 현실적으로 심각하며, 또 가까운 장래가 우려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로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도시 공해 문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공해 문제를 재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함은 물론 문제의 설정부터 국가중요정책의 차원으로 높여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의 당면한 공해 문제는 도시의 기형적 비대화 현상과 급속한 공업화 과정을 반영, 소음을 비롯, 대기·수질 등의 오염도가 사실상 이미 인체에 실질적인 해독을 끼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외형상의 경제 성장의 그늘에서 그 성실한 제거 책이 한번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관심 또한 그다지 절실하지 못했었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정부사업, 민간기업 할 것 없이 각종 공장을 새로 건설함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공해 요인을 경시하여 매연·폐수 등의 처리 등을 소홀히 하여 투자를 아낀 경우가 많았음을 인정해야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장 부지의 선정 과점에서부터 모든 공해 요인의 사전예방 대책을 충분히 「체크」함으로써 공장건설 허가를 내주는 등 과거 선진국들이 밟아온 쓰라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현명한 고려가 수반했었어야 할 것이었고, 특히 수도권의 경우, 여의도·강남개발 등에서 보여준 비상한 열의 못지 않게 도시공해 문제를 그 개발 청사진의 중심 과제로 삼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 입각한 상·하수도 시설의 기본계획 확정, 공기 오염을 원천적으로 막는 대책 등의 수립은 지금이라도 성실한 노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이것은 지난 일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공해 문제에 대처할 정부의 자세와 정책의 위치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세은 측과 공해 문제를 협의함에 있어서는 부산·인천·울산 등 공업지대의 폐수처리와 대도시 상·하수도의 질 개선 및 확장 등에 치중하여 각각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기술조사의 실시도 요청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공공설비 등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사업의 경우는 논외로 하더라도 공해 발생 장소의 규제를 포함한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당해 민간기업의 추가적인 공해방지 투자가 뒤따라야 될 것이며, 이것은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이 개별적인 문제로 제기됨을 뜻하는 동시에 비록 장기 재정 차관이라 하더라도 실제 면에서 공해방지를 위한 차관의 조건상 하나의 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줄 안다.
수도권 개발 계획이나 종합 국토 건설계획은 웅대하고 화려한 청사진임엔 틀림이 없으나 이러한 구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생활환경을 보다 좋게 가꾸자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을 서두르는 나머지 생활환경 개선과 국토의 자연보전을 위한 노력이 뒤지고있는 현실을 걸이 반성하고, 공해 대책을 장기 개발계획상 중추적인 과제의 하나로 삼을 것을 촉구하면서 세은 측과의 협의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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