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만들기 펀드' 이름 못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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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3억 만들기 펀드’, ‘모아드림 펀드’….

 앞으로는 펀드에 이런 이름을 붙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에게 마치 원금보장을 해 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서다. 한국소비자원은 7일 “이해하기 어렵거나 헷갈리는 펀드 이름이 많아 소비자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며 “펀드 이름에 정확한 정보가 담기도록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에 관련 제도의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펀드를 온라인에서 직접 선택하는 ‘펀드 수퍼마켓’ 개장을 앞두고 정확한 정보를 담지 않은 펀드가 계속 출시되면 금융소비자의 투자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개선 취지다. 소비자원은 펀드 이름에 펀드자산의 50%를 투자하는 투자 대상과 위험등급을 명시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소비자원이 개선 대상으로 지적한 펀드 이름은 크게 세 종류다. 소비자가 수익을 보장하는 것 같은 오해를 할 수 있는 ‘착각형’ 펀드가 대표적이다. 증권사에서 시판 중인 펀드 중에는 3억 만들기를 비롯해 절대수익·세이프 리턴(Safe-Return) 펀드가 있다. 소비자원은 “수익만 나고, 원금 손실의 위험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쉬앤드스타일(She&Style)·디스커버리·좋은아침코리아·에베레스트 펀드처럼 투자 대상이 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모호형’ 펀드도 많다. 예를 들어 쉬앤드스타일펀드는 여성이 선호하는 제품을 많이 만드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투자 비중이 높아 상품 이름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다.

 소비자원이 최근 2년 사이에 펀드를 구매한 소비자 500명에게 펀드 명칭을 통한 상품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자신이 가입한 펀드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는 투자자는 응답자의 9.6%에 불과했다. ‘펀드 이름을 보고 투자 대상을 알았나’는 질문에도 71%가 ‘몰랐다’고 답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펀드 이름만 보면 어디에 투자하고,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지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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