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채동욱 의혹, 퇴임으로 끝난 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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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채동욱 검찰총장이 공식 퇴임하면서 ‘혼외(婚外) 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소송에 따른 고통과 피해로부터 가정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의혹 규명을 위한 유전자 검사는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채 전 총장은 의혹의 진상이 확인되기까지는 공인(公人)의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채 전 총장은 어제 퇴임식에서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다”며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그 점에서 그가 퇴임식 직후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지 않은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채 전 총장은 “사인(私人)이 된 저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장기간의 소송 과정에서 초래될 고통과 피해로부터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대신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별도의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채 전 총장의 설명은 그간 그가 밝혀온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소송을 내면서 “조선일보 보도는 100% 허위”라며 “혼외 아들 어머니로 지목된 임모씨와 혼외관계는 물론 어떤 부적절한 관계도 가진 바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나아가 “임씨 모자에 대한 인적 사항 등이 확인되는 즉시 유전자 감식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 직후 사의를 밝힌 그로선 총장직과 관계없이 법적 규명 절차를 밟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인지 석연치 않다.

 논란이 퇴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제 일부 보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TV조선은 임씨 집에서 일했다는 가정부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채 전 총장이 자주 임씨 집을 드나들면서 채모 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아버지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채 전 총장은 “엉뚱한 사람과 착각했는지 모르지만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난 3주간 검찰총장 개인의 사생활을 둘러싼 의혹으로 큰 혼란에 빠져 있어야 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 따른 ‘찍어내기’ 의혹까지 불거지며 여야가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제는 채 전 총장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는 한 혼란과 억측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채 전 총장은 퇴임사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한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금이라도 깨끗하게 사과할 일이다. 채 전 총장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사인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