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받을 기업 삼성 4곳, 현대차 12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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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삼성그룹 4개사, 현대차그룹 12개사가 포함됐다. 또 총수 일가 지분 100%인 비상장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4일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 시행령안 적용 대상(총수 일가 계열사 지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 208개사 목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특히 이들 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대부분 그룹 총수의 2세가 최대주주며 비상장사라는 점이다. 물론 208개 기업이 모두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 간 거래가격과 일반적인 정상가격의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금액이 200억원 미만일 경우엔 면제된다. 따라서 실제 규제 대상 기업은 208개사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삼성SNS·가치네트·삼성석유화학 4개사가 포함됐다. 이들 모두 비상장사로, 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이 각각 8.37%를 갖고 있다. 에버랜드는 오는 12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추가하게 된다. 현재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 비율은 46% 수준. 재계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가져가면 1조원 이상의 패션매출을 추가하면서 내부거래 비율은 30% 선으로 떨어진다”면서 “그러나 단기간에 정부가 요구하는 비율 이하로 떨어뜨리기에는 무리수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 12개사 중에는 글로비스 한 곳만 제외하고 모두 비상장사다. 글로비스는 총수 일가 지분이 43.39%. 이노션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개발 보안유지, 제조·물류 시너지 등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계열사 거래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그러나 글로비스·이노션은 올해 6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외부 중소기업 등에 개방해 일감 나누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를 제외한 4개사가 모두 비상장사다. LG그룹의 비상장사인 ㈜지흥은 전자부품 제조업체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구형모씨가 100%를 갖고 있다. GS그룹은 지주회사 ㈜GS와 옥산유통을 제외한 나머지가 비상장사다. GS 관계자는 “㈜GS는 배당, 브랜드 사용료 등 모든 수익이 자회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며 “이런 지주회사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 역시 4개 기업 모두 비상장사다. 특히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총수 일가 지분 100%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55%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롯데그룹과의 거래가 전혀 없으며 회장과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계열사로 등재돼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 외에도 우호지분을 포함하면 총수 일가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분은 더 올라간다”며 “과거 전례로 볼 때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비상장사가 사익 편취에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일감 몰아주기 판별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세종=최준호·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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