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생사 모르는 실종신고 34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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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이 확인돼 장례식을 치르는 유가족들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23일 부슬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우산도 쓰지 않고 사고대책본부 주변을 맴돌던 어느 실종자 가족의 하소연이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아직은 누구도 정확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실종자 유가족들은 실낱 같은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사고 당일부터 23일 오후까지 대책본부에는 모두 5백34명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족들의 이중 신고, 신고 이후 생환.사망.부상자로 확인된 사람 등 겹쳐진 숫자가 적지 않게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책본부 측은 사고 3일째인 지난 20일부터 실종자확인지원반을 별도로 구성해 본격적인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접수부 확인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이중 신고(20건)를 털어내는 한편 경찰에 실종신고자에 대한 신원조회와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 수사를 의뢰했다.

실종신고자의 거주지 시.군.구청에 주민등록번호와 거주 여부에 대한 실사도 부탁해놓은 상태다.

경찰수사 결과 23일 오전 현재 1백44명은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고, 22명은 실제 목숨을 잃었으며 2명은 부상한 것으로 드러나 행방이 밝혀지지 않은 신원 미확인 실종자는 3백46건으로 줄어들었다.

지원반 관계자는 "오래 전에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이미 가출신고가 접수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곧 2백명 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과 유류품 확인도 실종자 확인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다.

가족들이 위치 추적을 의뢰한 2백2명 가운데 23일 현재 65명의 휴대전화가 사고시간을 전후해 중앙로역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본부 측은 휴대전화 위치와 유류품의 소유자가 확인되더라도 이를 사망으로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본부 한 관계자는 "정황상 사고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보일 경우 최종 사망확인에 따른 보상 등과는 관계없이 우선 분향소에 영정을 안치하고 장례비를 지급하는 등의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고 있다.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탑승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데다 신고 자체를 허위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이 너무 따갑기 때문이다.

장모 金모(53)씨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徐모씨는 "장모님이 탑승한 신천역의 폐쇄회로TV가 고장나 정황증거 마련도 어려운 상태"라며 경찰에 고의 고장 여부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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