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풍 멜러 물…「방의 불을 꺼주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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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시』『벽 속의 여자』등 재미를 본 영화들이 검찰의 철퇴를 맞은 이래 검객 물에나 열을 올리다가, 다시 살금살금 고개를 든 에로티시즘 물들. 그 중의 하나가 『방의 불을 꺼주오』(명보극장)다.
원제『이브의 초상』이라 해서 현상 당선한 신인의 시나리오를 윤색, 제명을 바꾸어 이형표가 감독-최무룡·문희·이순재의 캐스팅으로 김태수 제작이다.
신문 광고에서 본 사람들은 문희의 나신이 드디어 보이는 구나, 흥분하였지만 어림없는 기대다. 최무룡은 「천재적」인 화가, 「예술」에 열중해서 아내 문희를 돌보지 못한다. 유복한 가정생활이지만 여성으로서의 본능이 정숙한 자제력을 이기고 이순재와 하룻밤의 간음을 하는 과정.
이즈음 유럽 영화의 구조처럼 간음이라는 단순한 스토리로 에로티시즘을 발산하려는 의도까지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데, 검열에서 잘렸는지 어쩐지, 하여간 『방의 불을 꺼주오』는 너무 엉터리 물건으로 영화관에 붙어있다.
수영복 차림보다는 좀더 가린 문희의 육체는 치명적으로 짧아서 부적격이고 카·섹스라고 주장하는 장면도 나오는 둥 마는 둥 끝난다.
상영 허가를 안해 주든가 할 일이지, 이렇게 무참하게 엉성한 영화로 가위질한 당국의 영화정책이 우습다. 업자 또한 과장선전은 조심해야겠다. 아역까지 단6명의 연기자로 돈 적게들인 기업적 아이디어는 뛰어나다. 에로티시즘보다는 따분한 울음이 더 많고 지루한 멜러 드라머 범작.<김기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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