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보다 소비자보호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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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흔히들 실감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70년대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래의 일을 주관적인 가능성의 판단으로 단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나 70년대에 우리 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몇가지 명백한 요인은 간과할 수 없다.
2차대전뒤 세계문제를 요리하던 미·소·영·불 등의 「얄타·포츠담」체제는 60년대를 지나는동안 구패전국의 세력만회와 중공의 대두로 새로운 세력균형의 요구에의해 도전을 받았다.
70년대에서 해결되어야 할 이 도전은 주로 중공과 일본에 의한 것이며 이들이 위치하고 있는 동북아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태풍의 눈」으로 될 가능성이 짙다고 본다.
단순한 경제적대국에서 정치적대국으로 탈바꿈하려는 일본의 욕구와 7억5천만의 인구를 배경으로한 중공의 위협에 비해 미국은 종래의 『자유를 지키는 십자군』적 정신으로부터 실리적방향으로 정착의 기초를 바꿔가고 있다.
월남전 종결시한으로 점쳐지는 72년 미대통령선거와 그뒤의 주월한국군거취문제, 「아시아」에서의 미세력 썰물신호인 「네오·아시아·독트린」과 한국방위문제, 미국안보조약의 자동연장 및 「오끼나와」의 반환에 따른 극동방위체제의 변화.
70년대 전반에 진행될 이 거창한 물결은 우리나라의 안보와 국내정치에 착잡한 양상으로 투영될 것이다.
70년대를 이른바 「결정적 시기]라고 호언하고있는 북괴의 도발행위도 이러한 「물결」의 방향과 이를 처리하는 우리들의 노력에 따라 방지될 수도 있고 오히려 촉진될 수도 있다.
특히 지난번의 「닉슨·사또」회담 성명에서 표시되었던 일본의 대한방위기여문제는 70년대의 한국의 위치에 다각적인 변모를 가져올 것 같다. 외교적으로는 한·미·일 삼각관계에, 정치·경제적으로는 한·일간에 새로운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 틀림없다.
전망이 개선을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면 70년대는 가치관의 혼돈을 정리해야할 시기이다.
우선 세대의 간격을 메우는 일이다. 식민지시대와 전쟁의 비참함을 겪었던 세대와 서구식 생활방식에 쫓아 이들의 가치관을 거부하는 자라나는 세대간의 간격은 가장 유의해야할 사태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간격은 민주정치의 절대적 요건인 「내셔널·콘센서스」의 형성을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경제관념의 건전화다. 이윤의 폭을 넓히고 국산을 애호하기위해 엄청난 희생이 소비자에게 강요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의 최고가 차를 살수 있는 돈으로 국내조립의 엉성한 승용차를 사는 것이 자본주의적 체제는 아니기 때문에) 70년대는 생산자보호로부터 소비자보호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며 몇년새에 거부가 탄생하는 희극은 없어질 것이다.
결국 정치·경제적 취약성을 벗어나야 할 이 기간에 민족사상 유례없는 국제정치상의 악조건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신념으로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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