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죽음속서 숨쉴수 있는 출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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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설-조해일>
매일, 나는 살고있다. 1941년 4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살아있다. 다섯살 이전에 내가 살았던 「하르빈」에 대한 기억은 아주 희미하다. 생각해 보고자하면 아득한 어둠만이, 뚜렷한 형체없이 내앞에 다가 들뿐이다. 그러나 그때에도 나는 매일매일 숨쉬고 살았음에 틀림없다.그리고 나는 아마 돌발사고를 만나지 않는한, 한 80살까지는 살아서, 그때에 다시 저 유년시절과 같은 형체없는 어둠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아마, 폐는 공기를 수용하기엔 너무 낡은 주머니가 될것이고 모든 세포는 단백질 파괴현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위와같은 생물학적 죽음과 만나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또다른 죽음들과 만나게 될 것인가?
생물학적 죽음외의 모든 죽음들 사이에서 내가 숨쉴수 있는 단 하나의 방편은 그러한 죽음들을 기록한다는 일이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신문사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당선소설 1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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