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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SB 성급한 브리핑도 '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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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송병흠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항공기 사고에 대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다섯 차례의 브리핑을 했다. 이를 보면서 항공기 사고조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온 사람으로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NTSB는 항공기 사고 시 수색구조, 증거보존을 한 뒤 잔해조사를 포함하는 현장조사를 수행한다. 그 다음에 운항·관제·엔진·구조·시스템·생존·블랙박스 등 분야별 상세조사를 거쳐 기초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시 기술검토회의를 열어 안전권고를 포함하는 최종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은 조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NTSB는 이번에는 사고 다음날부터 5일 동안 매일 조사에서 획득한 자료를 여과 없이 발표했다. 다른 여러 분야의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NTSB의 브리핑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 브리핑으로 인한 여론 형성은 역으로 조사의 독립성과 정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NTSB의 브리핑은 주로 조종사의 비행조작에 편중돼 있었다. NTSB는 엔진과 자동조종장치(오토 파일럿) 및 자동속도조절장치(오토 스로틀)의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당시 항공기 고도와 속도가 정상보다 많이 낮은 상태였고 이는 조종사가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관제사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기체와 관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단언해도 좋은가? 최근 사고 기종인 보잉 777의 엔진 결함 가능성으로 인한 사고 및 결항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NTSB는 이 기종의 엔진 반응 속도와 각종 자료를 대응비교하고, 엔진작동 시험 등을 통해 엔진 결함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관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당시 항공기 조종사들은 착륙허가도 늦게 받았고 분당 1500피트의 높은 강하율을 보이는 등 힘든 비행을 수행 중이었다. 관제탑이 조종사의 업무부담 가중 및 이로 인한 인적 사고 유발 가능성과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

 “비상탈출이 사고기 정지 후 90초 이후에 이뤄졌다”는 발표 역시 조종사가 비상탈출을 지연시켰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승객 안전을 위해 항공기 외부 상황과 제반 응급조치 준비상황을 점검한 뒤 비상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사고에서는 승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NTSB는 사고 관련 국가나 단체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해 브리핑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이해당사자가 이견 없이 NTSB의 권위를 인정하게 되고 조사 결과를 여과 없이 수용할 것이다. 근대의 항공기 사고는 복잡하고 많은 요인이 결합해 발생하기 때문에 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어느 누구도 사고와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항공기 사고조사는 처벌이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해 수행된다. 이런 사실들을 유념하면서 조사 전 과정에 신중을 기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수행하는 NTSB가 되기를 기대한다.

송병흠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