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주권행사 삼천만의 살길이다|선관위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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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월 17일은 국민투표의 날 개헌에 가부를 에워싸고 지난 수개월동안 격심한 논쟁과 대립이 벌어져왔는데 이제 최종적으로 국민의 심판을 내리는 날이 온 것이다.
금년 초부터 공화당 일각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3선 개헌론은 7월 25일 박대통령의 담화를 계기로 공화당의 당론으로 확정되었다. 그 후 개헌에 찬성하는 국회의우너 122명의 이름으로 개헌안이 국회에 정식으로 발휘되었고 9워 14일에는 개헌 찬성과 개헌 찬성파 의원들만이 모여서 이를 변칙 통과시켰다. 이날 이후 개헌과 반 개헌 운동은 원외로 옮겨졌는데 양측간의 격돌이 벌어지면서도 질서가 유지되어 오늘에 이른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개헌론이던 반개헌론이던 각각 제 나름의 논리와 현실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지만,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는 유권자 개개인이 자주적으로 판단해야할 일이다. 원래가 국민 투표제는 근대 대의민주정치가 드러내고있는 현저한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마련된 직접 민주주의의 제도이다. 개헌은 국가 기본법의 변혁을 의미하고 이를 입법부의 판단에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대하기 때문에 국회 표결 후 주권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게 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냉담할 경우에는 모처럼 마련된 직접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국민의 주권행사도 간접민주정치의 결함을 보완키는커녕 오히려 이를 은폐해주는 수단으로 타락하기 쉽다. 직접 민주주의가 간접 민주정치의 약점을 극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주로 국민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대중의 정치적 각성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개헌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는 의미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유권자 개개인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야의 정치적 과열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냉담, 또 무관심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국민투표의 의미가 충분히 살려질 수 있을까는 적지아니 의문이다. 국민의 정치적인 냉담과 무관심은 우리나라 대의 민주주의 정치가 그만큼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는 증좌라 볼 수 있다.
이제 모든 유권자는 개헌에 가부가 정치 집단간의 문제가 아니라 실로 국가나 국민의 운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빠짐없이 투표에 참가해야만 하겠다.
개헌의 성패는 차기 정권을 누가 차지하는가와 직결되어있기 때문에 여야간의 찬반도는 선거에 못지 않게 더럽다는 느낌을 주었다. 원래가 정치싸움이란 더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일반적으로 낮고 또 많은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회에서는 표전을 넓히고 가꾸고 확보키 위한 운동이 터무니없는 중상모략 야비한 인신공격, 거짓말과 선동, 공약과 금품의 향연, 선심의 주고받기로 수하기 쉬운 것이고, 이번 투표 싸움 역시 이런 그릇된 경향을 벗어날 수 없었음을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
『국민은 투표할때는 주인이지만, 투표가 끝남과 동시에 선출된 전제자 밑에 사는 노예로 전략한다』고 한 것은 제퍼슨의 명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생리화 하고 있는 조건화에서도 이런 말은 족히 성립될 수가 있다. 하물며, 민주주의의 생리보다 그 경리가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조건하에서 유권자가 자기가 쥐고 있는 한표의 신성성을 자각치 못하고 선동이나 향응에 넘어가 맹목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참배나무에는 참배만이 열리고, 돌배나무에는 돌배만이 열린다. 신성한 투표권을 깨끗이 행사하는 국민은 주인으로서 점잖게 대접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 그렇지 못한 국민은 멸시와 천대를 받게 될 것이다.
공화당은 9.14 개헌 통과에 있어서 헌정 사상 하나의 오점을 기록하였다. 정부여당은 이 오점을 씻고 명예를 회복키 위해서도 투표의 자유 분위기를 확보하고 투표 및 개표 관리를 공정히 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투표와 개표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평온무사히 행해져야 할 것이며 폭력과 난중은 엄중히 배제되어야 한다.
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던 간에 찬, 반 양측은 이를 존중하고 그 토대 위에서 움직여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수 개월간 지속된 개헌 파동은 우리 사회의 공동 생활의 제반 영역에 걸쳐 정상을 일탈하게 한 점이 적지 않다 개헌 문제가 매듭지어지는데로 모든 것이 정상화 되어야 하며, 모든 정치 집단은 그 휴유증을 신속히 고치기 위해 공동 노력하는데 조금도 인색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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