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4대 강 감사' 때린 날 … 청와대, 감사원 손 들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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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감사원의 4대 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를 공개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세 번 감사를 하면서 감사 결과를 달리 발표한 것은 그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2011년 1월 27일)→‘11개 보(洑)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2013년 1월 17일)→‘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사업이 추진돼 대규모 담합을 불렀다’(2013년 7월 10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중→임기 말→퇴임 후’로 갈수록 공세적 감사 결과를 내놓은 걸 비판한 것이다. 황 대표는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 출신이다.

 그는 “정권교체가 있다 하더라도 감사원은 꿋꿋한 자세로 오로지 헌법정신에 따라 엄정한 감사를 하면서 최고 감사기관으로서의 권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권한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호 대변인도 “감사 결과가 자꾸 달라지니까 의심을 사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감사원 감사를 둘러싸고 당내 친이명박계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친이계는 지난 10일의 감사 결과에 대해 “국민을 속인 것”(이정현 정무수석)이라는 청와대의 반응에 불쾌해하고 있다. 친이계는 “난센스 감사” “정치 감사” “이적행위”란 반응에 이어 “감사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획성 감사를 해서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을 속였다”(조해진 의원)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칫 친이계의 집단 반발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이 되자 지도부가 수위조절에 나선 셈이다. 지난 주말 청와대에 “이명박계를 자극할 수 있는 지나친 언행은 삼가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내부적으로도 입단속을 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정치적 감사라는 건 전혀 말도 안 된다”며 “감사원 입장이 난처해진다고 문제가 나왔는데 덮는 건 더 큰 문제가 아니냐”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앞으로 소상하게 밝혀서 (4대 강 사업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도록 하고, 필요한 후속조치와 대책을 추진해달라”며 “무리하게 추진돼서 국민 혈세가 들어간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반복되는 갈등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추진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후속대책’에 무게를 실었지만 사실상 감사원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였다.

 ◆불산 유출 때도 부처간 칸막이=박 대통령이 부처 간 칸막이 제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이날 구미 불산 유출사고 피해가 관계기관 간 비협조로 더 커졌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7일 사고 당일 육군 50사단은 경북소방본부로부터 불산 제독작업 지원 요청을 받고도 “화학테러가 아니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했다. 이후 환경부의 지원 요청에도 50사단은 같은 이유로 지원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가 환경부·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사고 수습을 제대로 못했다고도 했다.

글=허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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