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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입시 요강과 고교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대학교는 16일 내 70학년도의 입시 요강을 확정 발표했다. 예년에 비하여 약간 늦게 발표된 이 요강은 종래 고교 교과 중 몇몇 도구 과목만을 중점적으로「테스트」해오던 관례를 깨뜨리고, 67년도부터 시행 중에 있는 새 고교 교과 과정 시간 배당 기준을 적용, 전 과목을 시험 과목으로 과하되 그 점수 배당도 전기한 기준에 의한 단위 시간 수에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이 입시 고교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혹자는 입시 기일을 불과 반년 앞두고 이처럼 입시 요강의 전면적 개정을 단행함으로써 수험생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요, 또 혹자는 서울대의 입시 방침이 설교 이하 각급 학교 교육 과정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어온 것이 엄연한 사실임을 지적, 이번 개혁으로 종래 영수학관화 했던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획기적인 단안을 내린 것이라고 크게 환영하는 사람도 있을 줄 안다.
종래 서울대의 입시는 우리 나라에서는 드물게 보는 공정한 관리에 의해 비교적 나무랄 여지없는 것으로 평가돼 왔던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수험생들이 선택 과목의 선택 여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폐단이 있어 시험이 끝났을 때마다 음해에는「사회」 과목 때문에 합격되었다느니, 「과학」 때문에 낙방했다느니 하는 말이 많았고, 수험생들도 전년도의 쉬운 선택 과목을 골라 후조처럼 공부의 방향을 바꿨었다. 그러므로 서울대의 이번 입시 요강은 이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영단이라 봄이 옳을 듯하다.
그러나 서울대가 이처럼 고교의 필수 교과목 중 예능 과목만을 재외하고, 전과목을 출제하게 된 의의는 그것이 우리나라 전체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가져 올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이라는 데서 그 가장 큰 의미를 찾아야 할 것으로 안다. 오늘날 우리 고교 교육이 하나의 완성된 전인 교육의 실시 장소가 못되고, 한남 대학 입시를 위한 준비 교육장으로 화했던 전례를 상기할 때 서울대가 그 입시에 전과목을 출제한다는 방침은 단순히 서울대 한 학교의 학사 행정이나, 관계 수험생들만에 국한된 이른바 입시 파동으로만 끝날 수 없는 중요한 교육적 의의를 가진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전 과목 출제 때문에 앞으로의 고교 재학생이나 수험 준비 생들에게는 응시 기술상 상당히 과중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 필연적이고 이 때문에 일부의 반발도 크리라는 것은 상상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발이나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서울대의 이 방침은 작년도부터 이미 시행 중에 있는 대학 입학 자격 예비고시제의 존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이상,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이화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올해 수험생들이나 그 학부형들이 서울대의 이 방침에 적극 순응,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함께 기여해 주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서울대로서는 이번 입시 정책의 성공을 위해 출제 방식에 있어서도 많은 주관적 출제의 가미 등 보다 훌륭한 입시 관리의 「페탄」을 시범해 줄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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