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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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스승의 날」,몇 장의 엽서와 봉함편지가 섞여 내 책장위에 배달되어 왔다. 금년 봄에 졸업시긴 아이들의 안부편지였다. 『보고싶은 선생님』을 서두로 국민학교 때의 이일저일들이 무척 그립다는 이야기며, 스승의 날을 앞두고 더욱 선생님의 생각이 나서 편지를 한다는 내용들이었다.
퇴근 후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 요란한 「벨」 소리를 울리며 또 다른 졸업생들이 우뚝우뚝 들어서는 것이었다. 「버슨 값을 아껴서 모아 샀다면서 「카네이션」세송이와 사과 한 봉지를 사들고….
지식의 매매장이니, 교육자의 수전노화니, 수 없이 겪어보는 온갖 고달픔을 묵묵히 감수하며 살아가는 선생님들. 이 따뜻한 인정들은 그러한 것들을 훌훌이 날려 버리고 나에게 커다란 보람이며 벅찬 기쁨을 안겨주었다.
내게 향해진 그들의 정다운 무엇보다 귀중한 「그날」의 선물이었다. 이것만으로 우리는 족하다. 내 지난날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은 것이다.
편지를 전하고 나를 찾는 아이들이 아니라도 그들이 바르고 씩씩하게 자라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는 마음 채워지는 것 일 것이다. <장정희·서울 안암국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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