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명품에 집착 않고 가치 있는 브랜드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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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2년 설립돼 11년 만에 영국을 대표하는 매스티지 브랜드(대중 명품)로 자리 잡은 브랜드가 있다. ‘아스피날 오브 런던(Aspinal of London·이하 아스피날)’이다. 다양한 핸드백과 지갑, 벨트, 여행 가방 등 가죽 잡화 제품을 판매한다.

 최근 방한한 앤드루 마셜(51·사진) 아스피날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협찬 비용을 일절 내지 않지만, 스타들이 먼저 찾아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헐리, 어맨다 홀든 등 영국 스타들이 애용한다. 특히 영국의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이 브랜드 핸드백 여러 개를 든 모습이 몇 차례 목격되면서 화제가 됐다.

마셜 CEO는 “미들턴 왕세손비는 당연히 일부러 특정 제품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는다”며 “가격 대비 품질이 좋아 왕실의 이미지에 맞고, 영국 브랜드란 점 때문에 애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들턴은 이 회사 제품을 가족 선물용으로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피날은 온라인 전용 제품으로 판매했다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영국 곳곳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고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특이한 브랜드다. 프라다·지미추보다 30~40% 싼 가격에 영국·이탈리아산 고급 가죽으로, 영국 감성을 살려 디자인한 제품을 영국·이탈리아·스페인 등의 전문 가죽 장인들이 만든다. 너무 튀지 않고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가치 명품’을 추구하고 있다.

 마셜 CEO는 “우리 브랜드는 불황이 오히려 기회가 된 브랜드”라고 말했다. “수중에 돈이 없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럭셔리를 체험하고 싶어 하고, 선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은 무조건 비싼 명품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가치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싶어 한다”며 “아스피날은 그런 소비자의 요구 변화를 읽어내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500만 파운드(약 260억원)였는데 불황 속에서도 해마다 20% 이상씩 매출이 늘고 있다. ‘약간은 보수적이면서, 따뜻하고 세련된 이미지’라는 영국의 DNA를 제품에 살린 것도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그는 분석했다.

 아스피날은 지난해 쿠웨이트·아부다비 등 중동에 진출한 데 이어 일본과 홍콩·중국 상하이에도 올해 안에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마셜 CEO는 “패션의 심장 뉴욕에도 내년 봄 숍을 연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올해 봄 시즌부터 진출했다. 핸드백 40만~100만원대, 남녀 지갑 10만~30만원대로 국내 브랜드보다 조금 비싼 가격대다. 마셜 CEO는 던힐·몽블랑·구찌 임원 등을 거쳐 링크스오브런던 CEO를 역임한 명품 마케팅 전문가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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