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의 강자들] ㈜ 황기모아 유숙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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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흙은 곧 자연이다. 그래서 흙을 가까이 하면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다.

㈜황기모아 유숙(여.51.사진)사장은 바로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속옷.아동복.침구류에 황토흙 염색을 했다. 흙이 가미된 기능성 의류라는 틈새시장을 본 것이다.

'황토의 기를 모은다'는 뜻의 황기모아는 1995년 전남 구례에서 설립됐다. 그러나 초창기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회사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 황토가 아토피성 피부질환 예방 및 치료.살균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가 부쩍 늘기시작했다.

2001년 여의도 벤처기업박람회에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월드컵 전야제 패션쇼의 주빈이 되기도 했다. 황토 염색에 대한 2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 등 기술력도 뛰어나다.

현재 서울 행복한 세상 백화점의 직영점을 비롯해 전국의 6개 대리점이 있고 지난해 매출액은 15억원 정도다.

그러나 황토내의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사장은 "황토염색은 흙을 퍼다 손으로 부수는 것부터 시작해 63번의 손길이 가야 완성되는 고된 작업"이라며 "수작업 생산이라 대량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햇살이 비치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어 며칠만 날씨가 나빠도 재고가 바닥나기 일쑤다. 실제로 1년에 4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 정도밖에 작업을 못한다. 인공건조시설을 검토해 봤지만 품질이 자연건조보다 떨어져 도입을 포기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여군 장교로 근무했던 유사장은 서른 셋에 이혼의 쓰라림을 겪었다. 이후 홀로 딸을 키우며 '황토 염색'에 인생을 걸었다.

수작업 위주다 보니 황기모아 제품 가격은 속옷류 1만5천~2만원,아동.임부복 5만원선으로 높은 편이다. 침구류는 70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그러나 자연친화 상품 바람을 타고 매출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올들어 인터넷 홈페이지(www.hwanggimoa.co.kr)에 쇼핑몰을 열어 온라인 판매에도 나섰다.

황토는 규소 등으로 이뤄진 입자크기 0.02~0.05mm의 고운 흙. 예로부터 방충.해독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복어를 잘못 먹었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민간요법으로 널리 사용됐으며, 황토를 거른 물인 지장수는 피부질환에 쓰기도 했다.

또 원적외선을 다량으로 방사해 황토로 빚은 아궁이에서 일하던 선조들은 자궁암.유방암에 치료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믿어왔다.

황기모아는 올해를 해외진출 원년으로 삼고 있다. 황기윤 이사는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해 시카고에 대리점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최근에는 일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며 "해외에서는 자연친화 상품에 대한 평가가 국내에서보다 높아 수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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