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CEO 모두 낙제점 석탄공사 "할 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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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원전 비리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201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기관장 평가 최하위 등급인 E를 받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측의 반응이다. KINS는 기관 평가에서는 C등급을 받았다.

 기관장과 기관 평가에서 모두 D를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의 관계자는 “원전 부품성적서 위조 사건 등으로 평가가 낮게 나온 것 같다”며 “사장이 면직되고 1급 이상 간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상태인 만큼 사태를 수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기관장과 기관 평가 모두 최하위(E) 등급을 받은 대한석탄공사는 초상집 분위기다. 석탄공사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기획재정부의 평가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경영평가단의 동국대 곽채기(행정학) 교수는 “석탄산업이 쇠락하고 있는 것이 그대로 평가에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인건비 인상률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이걸 지난 6~7년간 연속적으로 지키지 못해 4점 만점에 0점을 받았고, 탄광 사고로 직원이 숨진 것도 점수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석탄공사는 현재 8000억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태이며 매년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기관장마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 리더십 부문에서도 나쁜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B등급에서 세 계단이나 떨어져 E등급을 받은 광물자원공사는 “계량점수가 나빴지만 설마 했는데 최하위 등급을 받을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자주개발률, 생산성, 부채비율 등이 좋지 못했고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외부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자체 분석했다. 광물자원공사는 니켈·아연·동 등 해외 광물 개발에 잇따라 나섰지만 일부 사업이 좌초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역시 E등급을 받은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외 M&A를 통한 자원 개발에서 실적이 나오지 않아 평가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광물자원공사와 석유공사 사장은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기관장 평가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한편 지난해 기관 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던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이번 평가에서 A등급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대해 최종원 평가단장은 “지난해 평가가 D 이하인 공공기관 중 11개 기관의 성적이 좋아졌다”며 “경영평가 및 컨설팅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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