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축구 영웅들, 경제불황 속 빛을 발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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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 팬들이 금요일 튀니지를 꺾은 것을 기뻐하고 있다.
금요일 일본이 튀니지를 이기면서 일본은 사상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게 됐고 국민들은 전국적으로 환호했다.

일본의 전문 축구팀이 창단된지 약 1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일본 팀의 16강 진출 성공은 이번 월드컵 공동 개최국 일본에게는 더욱더 뜻깊은 것이 됐다.

모두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통은 훨씬 더 길다.

이번에 거둔 성공과 이에 대한 국가적 환희에 이어 많은 일본 국민들은 일본 팀의 이번 성공이 일본의 나머지 부분이 현재의 불경기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타결책을 찾게 하는 촉매제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번 월드컵 개최로 오랫동안 야구를 사랑해온 일본열도는 축구 열풍에 휩싸이게 됐다.

금요일 오후 많은 회사들은 직원들이 일을 안하고 빠져나가는 일을 막기 위해 사내에서 일본 대 튀니지 결전을 방송해 주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경기 종료 후 일본 팀 승리에 감동 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들은 일본의 지도자들이 불과 4년 전에 월드컵의 전 경기에서 패한 바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에게서 뭔가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일본의 리더십이 일본 팀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것과 동일한 열정을 일본 경제를 재건하는데 불어넣어 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금요일 튀니지와의 경기를 보고 나서 한 회사 직원은 "우리 팀은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팀의 승리로 인해 우리는 보다 낙관적이게 됐다"고 말했다.

축구 상품들이 일본의 소매경기 부양을 돕고 있다.
일본의 16강 진출이 확정되기 전 일부에서는 만일 일본이 이번에 8강에 진출하게 되면 일본 경제에 1천 3백억 달러의 소득 효과를 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 화요일 터키전에서 승리할 경우 8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이제 관건이 되고있는 것은 이번 승리로 인한 심리적 상승 효과가 일본이 지난 10년간 지속돼온 경제 부진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이다.

최소한 일본 팀의 색으로 채색이 된 모든 물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단기적인 상승효과는 전국에 있는 가게를 통해 느껴지고 있다.

축구공 모양 초콜릿에서부터 일본대표팀 유니폼으로 된 애완견 옷에 이르는 물품들이 급속도로 팔리고 있다.

이번 주 도쿄 시내에 쇼핑나온 사람들 사이에서는 화요일 터키와의 경기에 대해 초조한 심정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많은 이들은 도쿄의 번화가 시부야 지역에 임시로 설치된 축구 신사 앞에 멈춰서 승리로 인한 감동이 일본의 부를 증대하길 바라는 심정으로 기도하기조차 했다.

쇼핑하러 나온 한 여성은 "최근에 경제적으로 안 좋은 뉴스가 많았다"며 "적어도 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일본이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TOKYO, Japan (CNN) / 김내은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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