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하늘 아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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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뭄이 땅을 말리는 이상으로 사람의 마옴을 말려놓고 거칠게 만들어 놓는가 보다. 지난27일밤 서울 한복판에서 자기 아내가 버리고간 아이들을 맡아 기르라고 장모와 시비끝에TNT로 일가몰살을 한「코퀴」(COCU)가 있다.
불어에서「코퀴」라면 아내를 빼앗기고도 모르고있는 어리석은 놈이라는 경멸의뜻이 있는 만큼 그처럼 소름이 끼칠만큼 독한 짓을 하지는 못하는 위인을 말한다. 그러나 아내가 달아났다고 오죽이나 남자가 못났으면 그런 끔찍한 짓을, 그것도 애긏은 남들까지 죽이게 했겠느냐. 이렇게 보면 그도 역시 한국판「코퀴」에는 틀림없다.
그가 어떻게 TNT를 입수할수 있었는지도 문제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염려되는 것은 이와같은 사고나 범죄에 애꿎게 말려들어 피해를입는 사람들은 어디에다 보상을 청구할수 있겠느냐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사고로 입은 피해는 자동차회사가 보상해 준다. 급행열차가 연착만해도 급행료금을 돌려주기로 되어있다. 전화번호부에 자기번호가 기재되어있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하여 3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한 상인도 있다.
찻길 안비킨다고해서 사살된 어린이의 부모도 군으로부터 보상을받을수 있을 것이다. 간첩작전중에 강간당했다는 산골처녀의 피해는 돈으로 계량화할수는 없는것이겠지만 좌우간 얼마만큼의 보상이라도 받게될것이다.
그러나 가령 치한에게 폭행당한 부녀자라든가, 강도에게 찔린 사람, 불량배에게 뭇매 맞은사람들은 누구에게 호소할수있는 것인지. 또는 범죄자로 오인되어 사직에 잡혔다 무혐의로 풀려나온 시민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인지.
이런 억울한 피해자들은 매일갈이 신문에 보도된다. 그러면서도 범죄사건 그자체만을 도려내서 얘기할뿐 피해자의 보상문제에 대하여는 말이없다. 그것은 어쩌면 웬만한것을 모두 팔자소관이나 액운으로 돌려 주저앉아버리는 버릇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또는 자기일이 아닌 경우에는 남의 불행에대해서는 얼마든지 무자비할수 있을만큼 우리가 무쇠탈을 쓰고 있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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